KTX 탈선... 고통스러운 하루...

2011.02.12 02:33

배일권 조회 수:1630 추천:77

기대하고 기다리던 금요일이다.
월요일부터 열심히 일하는 것은 금요일에 가족을 보기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 같다. 가족을 보기위해서다. 육적으로 내 목숨보다 소중한 우리 식구들....

이런 중요한 날 하필이면 KTX 열차가 광명역 인근에서 탈선을 했다. 정말 코가 막히고 기가 막힌일이다. 그 잘난 KTX산천은 오늘 9시 뉴스에 도배를 했다. 잘났다 정말...
오후 3시 10분에 출발하는 KTX를 예매한 나는 점심을 배불리 먹고 약간 졸렸지만 업무를 조금 보다가 2시반쯤 학교에서 나와 부푼가슴을 안고 서울역에 도착했다. 하지만 역사의 분위기는 평범하지 않았다. 우선 매표창구앞에 늘어선 대기인들의 줄은 마치 거창에서 무주구천동으로 넘어가는 신풍령 고갯길 만큼이나 꼬불꼬불 했다. 그걸 본 나는 '미련한 사람들 어찌 오늘 같은 금요일 오후에 예매도 하지 않고 기차를 탈 생각을 했을까?'하며 한편으로 나 스스로를 칭찬하고 있었다. 이 생각도 잠시, 역사의 KTX탈선으로 인한 운행취소 멘트가 나를 부끄럽게 하였다. 1분 걸렸다.
그렇지만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잘못하다간 집에 내려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서 불안감에 휩싸인 나는 철도청에 분풀이는 다음으로 미루고 빨리 서울역에서 김포공항으로 가는 공항철도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를 타고 김해공항에 내려 리무진으로 창원에 도착할 시간을 계산해보니 평소보다 빠를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나의 빠른 판단력과 잔머리에 또 한 번 칭찬을 해 주었다. 이 생각은 항공사 매표창구에서 항공권을 받지 못한 후에야 성급함과 우둔함이었다고 깨닭게 되었다. 딱 30분 걸리지 않았다.
또 다시 철도청이 원망스러웠지만 무슨 소용있으랴. 등에 땀이 났다. 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강남고속터미널에서 창원으로가는 고속버스 인터넷예매를 하고야 겨우 안심했다. 결국 집에 온 시간은 저녁10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평소보다 딱 3시간 더 걸렸다. 버스를 타고 오늘 일을 되돌아보며 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구나 생각했다. 그리곤 맨 앞자리에서 코를 골고 잤다.
지금은 너무 정신이 맑다. 아내가 저녁에 구워준 삼겹살이 머리에다 에너지를 쏟아붙는 느낌이다. 평소에 집에오면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자는 시간만은 너무 아까워 심지어 눈을뜨고 잠들고 싶다. 예슬이 예찬이 커가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보는 것 만으로 행복하다. 벌써 주일저녁이 다가온다는 기분나쁜 기운이 느껴진다. 아직 이틀이나 애들이랑 놀 수 있는데 말이다.
오늘일은 아마도...
지난 일주일간 논문 2편이 국제학술지에서 약간수정 후 게재가능 정도의 기분좋은 평가를 받고 온 동네에 자랑하고 다닌 댓가가 아닌가 싶다. 내 분야에서 일하는 국내의 100명도 안되는 사람들만 아는 일인데, 정말 미련하기 짝이 없다.
나는 주인이 누구이고 일의 주관자가 누구시며, 생사화복이 누구의 손에 달려있는 줄도 모르는 배은망득 건망증환자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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