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 때면 교회 고등부에는 비상이 걸린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면 교회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입시가 눈앞에 닥치면서 당분간 교회에 나오지 않겠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교회 고등부 교사는 "집사나 장로들도 자녀들에게 '고3 때는 어른예배만 드리고 고등부는 가지마라'고 하거나 '우리 아이는 공부해야 하니까 학생회 임원을 맡기지 마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심지어 미션스쿨 중에서도 "주일도 학교에 나와 자율학습 하라"면서 교회에 못나가게 하는 경우가 있다.
교회생활도 잘하면서 입시준비도 잘하는 아이들은 없을까? 그런 아이들은 어떻게 입시를 준비했을까? 고등부 생활을 열심히 하면서도 서울대에 입학한 14명의 학생을 출판사 편집부에서 직접 인터뷰했다. 나침반출판사에서 나온 '고딩, 화이팅!'은 그 인터뷰를 엮은 책이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목표와 신념이 뚜렷했다는 것이다. 재수 끝에 전기컴퓨터공학부에 합격한 김영완군은 "공부하다 힘들 때면, 내가 내 공부를 하는 것이지만 이건 정말 하나님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악물었다"고 털어놨다.
올해 화학생물공학부에 진학한 김미희양은 고등학교 입학 때부터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모범생이었다. 하지만 2학년 때는 가정불화로 가출을 했다. '내가 왜 공부하지? 내가 왜 살아야 하지'라는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해 방황했다. 그 때 신앙을 가지고 있던 친구와 교사가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조언을 해주면서 '하나님이 주시는 목적'을 찾게 됐다. 고3 때 오히려 고등부 찬양팀을 자원했고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김양은 "이젠 나의 이익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대학생선교회(CCC)에 가입하고 교회에서는 고등부 교사로 섬기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서울대생들의 고백은 입시 앞에서 신앙을 제쳐둔 어른들을 부끄럽게 한다. 기계항공공학부의 정혜승양은 "고3 때 교회를 가서 마음에 중심이 잡히고 또 힘을 얻을 수 있었다"면서 "교회학교 선생님들도 충고와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공부하는 시간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학교육과에 합격한 최병진군은 "일주일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일 예배에서 받았다"면서 "오히려 주일이 너무 기다려졌다"고 회상했다.
이 학생들은 또 겸손했다. 경영학부 김경민군은 "서울대는 생각도 안했는데 제가 지금 여기 와 있다"며 "수능성적이 안 나와도 주님께서 날 올바른 길로 이끄실 거라는 믿음으로 버텼을 뿐"이라고 했다. 정양도 "내가 서울대를 올 수 있는 실력이 있어서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른 친구들도) 머리가 좋지 않아서, 집안이 어려워서, 학교가 좋지 않아서 안된다는 생각을 안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14명의 인터뷰를 진행한 이새롬씨는 "이들의 학창생활 얘기를 들으니 참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렇게 열심히 했으면 대학에 욕심을 낼 법도 한데, '서울대에 붙게 해달라'가 아니라 '열심히 최선을 다했으니 다음 일은 주님의 뜻대로 해달라, 어디를 가든 주님의 뜻인 줄 알고 순종하겠다'고 기도했다는 얘기가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출처: http://www.kukinews.com/mission/article/view.asp?page=1&gCode=kmis&arcid=0921399879&code=23111111
* 윤봉원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8-27 14:5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