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겨운 가난속 독학·3修··· `音樂의 꿈` 접을 수 없었죠"



작곡가 진은숙(46)씨는 개척 교회 목사의 둘째 딸로 태어났다. 경기도 파주에서 김포로, 다시 서울 공항동으로 옮기며 전도 활동을 하던 아버지 진순항 목사는 딸이 16세 때 세상을 떠났다. “어릴 적 가난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가난보다 심한 말이 뭐냐. 궁핍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며 웃었다.

독학으로 작곡을 공부하고 3수 끝에 서울대 작곡과에 입학했던 그는 윤이상 이후 35년 만에 세계 정상의 오페라좌(座)인 독일 뮌헨의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에서 오는 6월 자신의 첫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초연하는 세계적 작곡가로 성장했다. 16일 오전 서울 시향 상임 작곡가인 진씨를 오케스트라 연습실에서 만났다.

―아버지께서 목사 생활을 하셨다. 어릴 적 전국 각지를 많이 돌아다녔는가.

“부모님은 자식교육에 열성이셨다. 아버지가 지방으로 발령을 받자, 4남매 교육 때문에 고민하시다 독립하기로 결심하시고 서울 공항동에서 작은 교회를 여셨다. (언니 회숙씨는 음악 칼럼니스트, 남동생 중권씨는 베스트셀러 ‘미학 오디세이’의 저자다.)”

―음악 공부는 어떻게 시작했는가.

“두 살 때 교회에 피아노가 처음 들어오던 장면이 지금도 기억난다. 당시 건반 뚜껑이 닫혀 있었는데, 어떻게 소리가 날까 신기해했다. 부모님께 연주를 배운 뒤에 혼자 공부했다.”

―예고에 진학하지 않고 인문계 고교인 서울여고를 다녔는데.

“음대에 다니던 언니(회숙)가 방 안에 놓아둔 책을 보면서 중학생 때부터 화성법과 대위법, 음악 이론을 자습했다. 때로는 언니 숙제도 대신해주고.(웃음)”

―궁핍을 어떻게 넘어섰나.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아르바이트를 멈춘 적이 한 번도 없다. 초등생 때는 결혼식장에서 ‘웨딩 마치’를 피아노 반주했고, 중·고생 때는 나이 어린 초등생을 가르치거나 합창 반주까지 했다.”

―삼수 끝에 서울대 음대에 진학했는데.

“고교 졸업 때까지 레슨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으니 실기 시험에 붙을 수가 없었다. 답안을 쓰는 방법 자체를 몰랐던 것이다. 1979년에 첫 대학 입학 시험을 봤는데 1981년 ‘졸업 정원제’로 입시 방식이 바뀌며 혜택을 봤다. 솔직히 여자 정원이 ‘1명 미달’이었던 것 같다.(웃음)”

―서울대 졸업 후에 독일 함부르크 음대로 진학한 걸 보면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었던 것 같다.

“대학 시절에도 과외나 교회 반주로 1주일에 30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과 공부에는 관심이 멀어졌다. 소프라노 조수미씨와 음대 동기인데 매일 둘이 함께 ‘땡땡이’를 쳤다.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갈 때 1명이 떨어졌는데, 끝에서 2등 하는 바람에 간신히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었다.”

―독일 유학 후에 3년간 곡을 쓰지 못할 정도로 슬럼프를 겪었다고 들었다.

“함부르크 음대에서 세계적 거장인 작곡가 죄르지 리게티(1923~ 2006)를 처음 만났다. 리게티는 제자들을 항상 혹독하게 조련했다. ‘비즈니스나 세속 영화(榮華)에 눈 돌리지 말고 작곡에 매진하라’고 다그쳤다. 정확히 3년간 단 한 곡도 쓰지 못하고 방황했다. 우울한 적도 많았고 방안에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 무위도식할 때도 많았다.”

―첫 오페라로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택한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동화로 알고 있지만 철학과 심리학, 수학과 물리학적 문제가 모두 녹아 있는 작품이다. 스승인 리게티도 탐을 내고 있었지만, 말년에 건강이 나빠져 작품을 쓰지 못했다.”

―연하의 핀란드 피아니스트와 결혼한 것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남편인 마리스 고토니는 1979년생이니 나와는 18년 차이가 난다. 시아버지인 랄프 고토니도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다. (랄프 고토니는 오는 11월 잉글리시 체임버를 이끌고 내한한다.) 남편 나이는 그동안 비밀이었는데….(웃음)”

―‘작곡가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그라베마이어 상을 수상했고(2004년), 베를린 필의 음악 감독인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작곡계를 이끌 차세대 5인’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상금은 좋지만 남들의 평가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결국 내 작품은 나 스스로 평가하는 수밖에 없다. 나머지는 역사와 시간에 맡길 뿐이다.”

―아직도 많은 청중들이 ‘현대 음악은 어렵다’고 느낀다.

“‘어렵다’와 ‘어렵지 않다’는 기준만으로 예술 작품에 다가가는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 이번 오페라에도 유쾌하고 단순한 멜로디에 기초한 소절이 있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의 입장에서 예술을 대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회의적이다. 먼저 다가갈 노력을 하지 않고서 무조건 ‘나를 즐겁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서울시향 상임 작곡가를 맡은 이유는.

“정명훈 감독이 2005년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을 지휘하며 내 작품인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다. 그때쯤 그와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서울시향을 위해 일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서울시향을 통해 젊은 작곡가를 위한 무료 레슨과 공개 강좌, 마스터클래스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정 감독에게 ‘작곡에 전념하지 않는다’고 매일 혼난다. 하지만 돈 없어서 하고 싶은 공부를 못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성현 기자 danpa@chosun.com)


* 윤봉원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3-22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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