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2003.06.05 12:50

윤봉원 조회 수:906 추천:128

태풍

79년 8월 25일 태풍 ‘쎌마호’가 강타했던 날이었다.

아침부터 흐린 날씨는 오후가 되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3시 이후부터는 굵은 빗방울이 방울 지며 쏟아져 내렸다. 상점에서 불안한 마음으로 책을 가까이 당겨 놓고 보는데 갑자기 도로에 물이 넘쳐서 우리 상점 안으로 물이 넘어 들어 왔다. 아! 하며 급하게 밖에 있는 진열장을 가게 안에 넣으려니 물살이 세어서 내 힘으로는 역부족이었고 물건이 떠내려가기도 했다. 남편의 후배 한 분이 지나가다가 “형수님! 어서 잡으세요, 이렇게 넣으면 됩니까?” 하며 도와 주어서 근근히 가게 안에 들여 놓았다.

그때는 상점 문이 한 짝씩 따로 되어 있어 여닫기가 힘이 들어서 시아버님께서 도와 주셨다.

집에 전화 드려 상점에 물이 들어와서 큰일 났으니 어서 오셔서 문 좀 닫아주세요 하고 말씀 드리니까 집에도 물이 차서 정신이 없으니 대충 닫고 들어오라고 하셨다. 그러실 아버님이 아니신 데 하고 다시 전화 드렸으나 같은 말씀을 하셨다.

나는 도리가 없어서 무릎까지 오는 물 위를 걸어 집에 들어가니 집에도 부뚜막까지 물이 차 올라서 어줄 몰랐다. 짐을 챙겨 장롱 위에 올릴 수 있는 대로 올리고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데 비는 동이로 퍼붓듯이 쏟아 졌다. 시누님 댁에 전화하니 거기는 우리 집보다 안전 하다고 해서 세 딸들과 시 이모님과 나는 밤 열시쯤 시누님 댁으로 피해갔고 시부모님께서는 집을 지키고 계셨었다. 밤 열두 시가 지나면서부터 차츰 강우량이 줄어 들었다. 울산에서 근무하고 있던 남편이 집에 오는 데, 그 때까지 귀가하지 않아 전화를 했으나 전화가 불통이었다.

밤새도록 걱정을 하였다. 남편은 마산까지 왔으나 물이 도로변에 넘쳐서 차가 다니지 않고 통화도 할 수 없어서 여관에서 하룻밤을 지새우고 이튿날 산을 넘어서 걸어 왔었다.

이튿날은 날이 개어서 길가에 상점 물건들을 늘어 놓고 말리며 흙을 닦고 정리를 하고 있는 데 가족들의 무사한 모습을 바라보고 안도의 숨을 쉬며 바지에 흙이 묻은 채로 남편은 잠시 동안 멍 하니 서 있었다.

마진터널 입구 검문소의 경비병들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는 초소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목숨을 잃었으며 시내에 있던 한 가구에도 집이 무너져 가족들이 죽고 피해가 곳곳에 발생했었다.

그 이후로 장대비가 오거나 태풍경보가 나면 겁이 나서 나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되도록 빨리 집에 들어갔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모든 자연 만물을 홀로 주권섭리 하심을 안 되로는 기도하며 찬송하며 담대한 마음을 선물로 받게 되었다. ‘닐’ 태풍경보가 났지만 새벽기도 시간에 맞춰 우산을 들고 걸어가노라니 비바람이 너무 심해서 우산을 접어 들고 “폭풍까지도 다스리시는 주의 영원한 팔 의지해” 하며 찬송하니 어느덧 교회에 당도하게 되었다. 새벽예배를 드리는 데 덜커덩 쿵 쾅! 밖에서는 비바람 소리가 요란했다. 오후에는 바람도 자고 비도 그쳤다. 시어머님께서는 노인당에 가셨다가 무사히 돌아 오셨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닐’ 태풍을 무사히 비껴가게 하셨다. 도로가 씻겨서 깨끗하고 바람이 솔솔부니 한결 시원하다. 아가들이 엄마 손을 잡고 따라 나왔다.

오! 사랑스런 아가들아!

아장 아장 걷는 그 예쁜 모습을 보며 내 마음 속에선 맑고, 밝게 자라도록 축복기도를 드렸다.

“예수께서 깨어 바람을 꾸짖으시며 바다더러 이르시되 잠잠하라 고요하라 하시니  바람이 그치고 아주 잔잔하여지더라. 이에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어찌하여 이렇게 무서워하느냐 너희가 어찌 믿음이 없느냐 하시니 저희가 심히 두려워하여 서로 말하되 저가 뉘기에 바람과 바다라도 순종하는 고 하였더라” (마가복음 4장 39~41절) 아멘.

7. 28. 진해 충 무 동 교회 이 정민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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