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2004.12.22 07:37

윤봉원 조회 수:936 추천:115

<소금>

모든 물가에 비해 소금 값이 제일 싼 것 같다. 해마다 30kg들이 소금을 한 포 사서 간수가 빠지도록 보관을 해두고 장을 담그나 멸치 젖 담을 때, 김치를 담을 때 마다 퍼 쓰는데도 남아서 새로 산 소금의 간수가 빠질 때까지 충당하게 된다. 싱싱한 배추를 만으로 쪼개어 굵은 소금을 배추 사이사이에 치고 절여 두면 숨이 죽는다. 조금 있다가 배추 줄기 부분이 소금물에 닿게 하고 잎이 위로 오도록 손을 보았다가 간이 다 배이면 물에 씻어 물기가 빠지도록 소쿠리에 받쳐 놓고 양념을 준비하면서 생각을 한다. 그 싱싱하던 배추가 소금에 절여지니까 숨이 죽는 구나! 생 멸치에 소금을 넣고 담은 멸치젖국이 김치 양념을 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가장 맛있는 재료구나! 이런 생각들을 하니 아무리 솜씨가 좋아도 소금이 빠지면 그 음식은 제 맛을 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에게 소금의 직분을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리게 된다. 보릿고개를 겪던 어려운 시절에 맡을 매다가 시장기가 들고 지치면 간장을 맹물에 타서 한 대접 마시고 땀을 식힌 다음 치마 끈을 다시 동여매고 일을 하셨다던 외 할머님, 외 숙모님의 말씀과 행군할 때 수통에 소금물을 준비하여 조금 씩 마셔가며 힘든 행군을 무사히 마쳤다던 외 삼촌의 말씀을 잊을 수 없다. 중병환자나 출혈이 심한 이에게 혈액 대용으로 맞는 링거 주사의 음식 맛을 내고, 부패를 막는 방부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근원적인 성분이기도 하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데 없이 다만 밖에 버리워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는 마태복음 5장13절 말씀을 묵상하니 소금처럼 완전히 녹아지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워 주님 앞에서 회개하였다. 우리 모든 사람을 붙드시고 쓰신다는 믿음과 소망이 있으므로 낙심 대신 담대함으로 일 년 동안 넉넉히 쓸 수 있는 소금을 주신 아버지께 감사 드리며 새로 산 소금 부대에 비닐을 덧 씌우고 돌을 받쳐서 잘 보관하였다. 할렐루야!

2000. 7. 8. 진해 진광교회 이 정민 집사.


* 윤봉원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4-12-22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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