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과 귤

2003.06.05 12:53

윤봉원 조회 수:839 추천:134

장갑과 귤

16년 동안의 교직생활을 나의 개인사정으로 그만두고 그 해봄에 문구점을 시작하게 되었다.

상점에서 일을 하다보니 손이 많이 험해 졌다. 처음에는 장갑을 끼고 일할 줄도 몰랐고 또 장갑을 끼니까 손이 둔해서 물건을 잘 잡을 수가 없었다. 맨손으로 일을 하면서 물건 이름도 익히고 상점을 정리하며 마음을 붙여 지내는 동안 손님들을 대할 대 쑥스럽던 것도 가시고 조금씩 익숙해 졌다.

겨울이 되니 손가락 끝이 갈라져 몹시 아프고 피가 나서 대일 밴드로 꽁꽁 감아 장갑을 끼고 일을 했다.

그래도 손이 시려서 장갑을 두 켤레 포개 끼었다.

어느 날 서점을 하는 아주머니가 우리 상점에 펜을 사러오셨는데 손이 깨끗하고 부드러워 보여서 무슨 비결이라도 있느냐고 했더니 맨입에는 안 가르쳐 준다면서 뜸을 들였다.

어서 말해보세요 하며 재촉하니까 귤을 먹다가 상한 데를 떼어내면서 터져서 손에 묻었는데 마르고 나니 손이 부드러워 그 뒤르는 귤을 먹을 때 마다 손에 문질렀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그대로 해보니까 정말 손이 부드러워 졌다.

추운 상점에 오래 있다 보니 발 뒤꿈치도 갈라지고 발바닥이 거칠어서 스타킹을 신을 때 올이 터지기도하고 아파서 반질 연고를 발랐는데 귤 한쪽만 하면 손 발을 다 부드럽게 할 수 있다. 장갑을 빨아서 여러 번 쓰니까 장갑 끝이 떨어진 것도 잇다. 떨어진 것을 그대로 편리할 때가 있어서 끼고 있었더니 어느 소님이 “아따! 돈 많이 벌었을 낀데 떨어진 장갑 좀 버리이소.”라고 하였다.

“일부러 장갑 끝을 잘라내고 쓰기도 하는 데요,” 하며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을 받아 넘길 수 있도록 내 좁은 마음을 하나님께서 넓혀 주셨고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일하게 하셨다. 떨어진 장갑을 볼 때마다 내 손이 만약 닳아서 떨어질 것 같으면 벌써 닳아 없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23년 동안 열심히 일했다. 주민등록증 갱신을 할 때 지문 날인을 했는데 깨끗하게 지문이 잘 나타났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60억에 가까운 인구를 다 각각 다르게 지문을 창조 하셨다.

모든 만물을 홀로 창조 하시고 주권 섭리하시는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오늘도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건강주심을 감사 드린다.

1999. 10. 29 이 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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