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나무

2009.03.03 10:05

이정민 조회 수:970 추천:44

석류나무

우리 집에 수령 삼십 년이 훨씬 넘은 석류나무 한 그루가 있다.
초봄의 연 녹색 잎을 피울 때부터, 시시로 변하는 모습은 참으로 경이롭다.
연 녹색이 차츰 짙어지는가 하면, 빨갛고, 노란 꽃 열매가 맺히기 시작하고, 한 밤의 별처럼 늘어난다.

초여름 나뭇잎이 짙푸른 색으로 변하면, 수정된 꽃은 열매로, 무수정 꽃은 떨어진다.
이때면 잘 뻗은 가지와 무성한 잎은, 시골 동구 밖 큰 느티나무 같다.
여름이 끝날 무렵 열매는 서서히 붉은 빛을 더해가고, 결실의 계절 추석 때면, 빛나는 빨강 석류는 충만한 속을 터뜨려 영롱히 희고, 아련히 분홍이기도한, 석류 알은 정말 보석 같다.

따가운 가을 햇살이 짙어 질수록 석류는 입을 크게 벌려 속에 있는 보석을 한껏  자랑한다.
정말 아름답다.

하순이면 누구보다 먼저 짙푸른 잎을 연노랑 단풍으로 물들이고, 십일 월 중순부터, 한 달여간 서럽게 잎을 뿌린다.
석류처럼 계절마다 확연히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 설레게 하는 나무가 또 있을까!

여리디 여린 석류나무 가지의 한 겨울 훌렁 벗은 모습은 너무 가슴 아리게 한다.  
금년 우리 집 석류나무는 중병이 들었다.

수 없이 맺었던 보석이 웃지 못하고, 검게 변색되고 하나씩 떨어져 피를 토한다.

일찍부터 시작된 태풍이 나무를 흔들었고, 담 쪽으로 기울었던 가지를 잘라 내었더니, 다시 마당 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여 받침목을 세우면서 무리하게 뿌리를 흔든 것 같다.

무지가 죄스럽고, 오직 자연 치유하여 내년에는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보게 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1999.  10.  10.  허 윤 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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