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장기기증

2009.04.22 11:33

이정민 조회 수:825 추천:55

사랑의 장기기증

우리 부부는 비교적 대화가 잘 되는 부부였다.
결혼 초기에는 누구나 신혼의 처음 사랑으로 화목하다가 살다보면 성격차이도 생기고 환경으로 오는 스트레스나 바쁜 일상으로 대화가 점점 줄어지는 경우가 많다. 나는 결혼하고 시댁에서  함께 살았다. 남편은 3년만 살다가 분가 하자고 했으나 그렇게 수학문제 풀듯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장남으로서 부대낀 남편의 입장이 지금은 이해가 되지만 그때는 야속할 때가 참 많았다. 시동생들과 시누이들은 왜 따로 나가서 살지 않고 복잡한 집에 함께 살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을 간혹 내비치기도 했다.
우리 시어머님의 장남에 대한 사랑은 아무도 말릴 수 없으니 남편은 어머님 마음을 아프게, 서운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 또 3년 쯤 지나면 내가 시집살이도 적응이 되어 아무 불편한 점이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시동생들의 공부방도 없고, 시누이들도 따로 거처할 방이 없으며, 어린 딸들은 셋이서  이 방, 저 방, 뛰어다니며 싸우기도 하고 인형놀이와 소꿉놀이 하던 장난감들은 온 집에 널려있지, 정말 쉴 자리가 없는 집에 짜증이 날 때가 많았다.  객지에서 학교 다니다가 집에 오면 시끌벅적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동생들의 말에도 남편은 꿈적도 안 했다. 저희들은 며칠 있다가 가거나 하루 만에 가는데 가고 나면 어른들만 무슨 낙으로 사느냐는 어머님의 심정을 알 수 없는 동생들을 설득 할 필요도 없고 나가서 살려면 경제적으로도 돈이 낭비 된다고 했다. 예를 들자면 밥솥도 있는데 또 사고  생활 용품들도 모두 장만해야 되는데 왜 굳이 분가를 해야 하느냐?며 남편은 나를 나무랐다. 시부모님의 친구 분들이나 친척들께서 요새는 장남도 나가서 살아봐야 한다며 분가 시키라고 말씀 드리면 우리 큰 아들이 안 나간다는데 낸들 어찌 할 도리가 없다며 큰 아들이 효자라고 자랑하셨다.
그렇게 같이 살다가 막내 시동생 결혼으로 우리가 뒷집으로 분가하게 되었다. 맏며느리 노릇을 잘 못해도 제가 같이 있고 시동생과 동서를 분가 시키시라고 시아버님께 말씀 드리니 3년만 데리고 있다가 내보낸다고 하셨다. 둘째는 객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니 할 수 없고 막내는 같이 있으니 너는 나 하는 대로 따르라고 하셔서 분가를 하였는데 시어머님은  밖에 나가시면 눈물을 흘리며 서운해 하신다는 말이 들려 우리와 같이 계시자고 말씀 드렸다. 처음에는 식사는 앞집 작은 동서와 같이 하시고 잠만 주무시다가 장롱과 소지품을 갖고 오셨다. 아버님은 앞집에 계셨다. 시부모님 모두 떠나시고 딸들 다 출가 하고 나와 남편 둘만 사니까 늦게 신혼재미가 어떠냐며 주위에서 인사를 하였다. 우리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많이 하였다. 집안이야기, 시사 이야기, 지난날의 추억과, 책을 읽은 다음 느낌이며, 일상의 잔잔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남편은 당신과 나는 대화가 되어 참 좋다고 하였다. 그 중에서도 성경 말씀을 읽고 같이 묵상하며, 가정예배드리고 은혜 받은 이야기를 나눌 때는 참 경건하였다.  남편과 평소에 장기기증을 하자고 했는데 남편이 생각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남편은 장기기증을 하지 못해서 마음이 짼 하다가 2009 경남성시화 대부흥성회에 참예하여 사랑의 장기기증을 하게 되었다.  남편이 참 잘 했다고 기뻐하였을 것이다.

                 2009.4.22. 진해진광교회. 이 정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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