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일상

2009.04.02 15:56

이정민 조회 수:936 추천:54

편한 일상

혼자 있다고 때를 거르면 더 서글프고,  분식이나 떡 종류는 잘 먹지 않으니 날마다 밥을 해먹는다. 옛날 같으면 불 때서 때마다 지어 먹겠지만 하루 한 번만 지어서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으니 참 편하다.
요즘은 부녀들이 많이 편해졌다. 집집이 냉장고, 세탁기, 전기밥솥이 있으니.  맞벌이부부도 전에 비해서 수월하다.
아이들은 어린이집 종일반에 맡길 수 있고 큰 아이들은 학교 마치면 학원에서 배우고 집까지 안전하게 태워다주니 퇴근해 오면서 시장 보고 휴대폰으로 아이들 체크도 할 수 있다.
호랑이 담배 피우는 시절 이야기로 들릴는지 모르겠으나 내가 시집왔을 때는 큰 무쇠 솥에 갈비 불을 때서 밥 짓고 손으로 빨래하고 아침밥은 먹는 둥 마는 둥 도시락만 챙겨서 출근하였다. 첫 딸을 키울 때 아침을 거르고 출근하면서도  아이 젖 주는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거르지 않았다. 시어머님께서 하루 두 번씩 아이를 업고 학교 오셔서 젖을 먹였고,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도 아이에게 젖을 먹였다.
퇴근이 늦을 때가 있으면 아이는 배가 고파서 울고 시어머님은 ‘에미 젖 한 방울이라도 더 먹이려고 업고 달대다가 나도 힘들고 지쳐서 같이 울었다’고  하실 때도 있었다.  사이사이에 우유를 먹였지만 아이가  우유와 모유 맛을 아니까 우유병 꼭지를 밀어 내고 울기만 하여 시어머님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하셨다. 퉁퉁 불은 젖을 짜내고 얼른 아이를 안고 젖을 물리면 때를 놓쳐 성이 난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고 계속 울었다. 우는 아이를  업었다가 안았다가 흔들다가 밖에 돌아다니며 진땀을 빼고 달랬다.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면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웃는다. 나는 그래도 수월하게 지낸 편이다. 우리 시어머님은 아이 낳고 3일 만에 일어나서 목화밭 메느라고 얼굴이 퉁퉁 붓고 젖은 불어서 철철 흐르고 그 고생을 어떻게 말로 다 할 수 있느냐고 하셨다. 애써 지은 농사는 공출로 다 빼앗기고 산모라고 특별한 대우도 받지 못 했고, 하도 힘들어서 하루는 흰 쌀밥을 지어 먹으려는데 일본 순사가 검사하러 왔다가 시어머님 얼굴이 붓고 아기가 울고 있으니 그냥 갔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흰 쌀밥만 먹는다고 야단을 맞게 되고 불이익을 당한다고 하셨다. 옛날 군항제 때 시골서 구경 오시는 일가친척들을 집에서  대접하느라고  큰 시누님께서 고생을 많이 하였다고 한다.  오늘 밖에서 간단하게 접심 식사를 하고 커피까지 마시며 편한 하루를 보내게 되어 감사가 절로 나온다. 2009.4.2.진해시송학동중앙상가아파트7동201호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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