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

2009.08.30 22:08

이정민 조회 수:980 추천:43

김치냉장고
김치냉장고 덕에 맛있게 익은 묵은 김치가 아직도 좀 남아 있다.
한 끼도 밥상에 김치가 없으면 안 되는 것은 비단 우리 집 뿐만 아닐 것이다.  옛날에 김치냉장고가 없던 시절에 친정어머님은 마당에 김칫독을 묻어서 보관하시고 이맘때가 되면 한 포기 꺼내 쭉쭉 찢어서 밥 위에 걸쳐 맛있게 잡수셨다.
그때 옆집 새댁이 아기 갖고 입덧이 나서 밥을 못 먹다가 어머님이 준 묵은 김치로 입맛을 돋우어 건강한 아기를  낳았다며 인사 하는 것을 기억하시고, 해마다 어머님은 비상 식품으로 마당에 묻어둔 묵은 김치를 우리는 안 먹어도 임산부에게 나누어 주셨다.
옛날에는 보통 서너 명 이상 다섯 명을 낳던 때라 입덧 하는 아주머니들이  이야기를 듣고 찾아오면  보관하는 법을 가르쳐주면서  여름에 꺼내 먹으라고 말씀하셔도  묵은 김치를 나누어 먹는 집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6.25 때 거창은 폭격을 당해서 몇 년 동안 농사가 잘 되지 않아 배추김치는 아버님 밥상에 올리고 우리는 주로 무김치를 먹었다.
그래서 한때는 무김치는 별로 먹고 싶지 않았고 배추김치를 찢어서 먹는 것이 제일 맛있었다.
거창은 분지라서 생선은 귀하고 간 고등어, 간 갈치, 간조기와 같은 것을 장날이 되어야 사 먹을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여러 가지 밑반찬을 준비하였고, 김치 종류도 많았다.
배추, 무, 열무김치는 주 메뉴였고, 깻잎, 고춧잎, 무말랭이를 양념해서 물엿을 넣고 담아 도시락 반찬으로 싸 주셨다.
어쩌다가 멸치 볶음이나 무장아찌, 마늘 줄기 장아찌를 참기름에 무쳐서 밥솥에 쪄주면 고소한 맛에 별미였다.

얼마 전에 교회에서 점심 식사하면서 김치찌개가 맛있다며 김집사님께 말씀드리고 남은 것을 조금 갖고 가는 것을 보았기에 오늘 묵은 김치를 드릴 까요? 하고 물으니 반가워하여 몇 포기 드리니  볶아 먹든, 찌개를 하든 맛있게 잘 먹겠다고 하여 내 마음도 뿌듯하였다.
예전에는 아무리 잘 간수해도 물러서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김치냉장고에 보관한 후로는 안심이다. 갈수록 편리한 생활을 감사드린다.  
2009.8.30.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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