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

2009.08.25 21:15

이정민 조회 수:850 추천:47

독신

2009년 2월 20일 남편이 떠나고 장례식장 안내판에는 미망인 이정민과, 세 딸들과 세 사위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전에 우리교회 같이 신앙생활 하시다가 천국 가신 고 강상중 권사님의 장례식장에 갔을 때 미망인 김행림, 상주로  아들, 딸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하루아침에 미망인이 되었고 상주가 되었구나 생각하며  믿기지 않았는데 나도 똑 같이 미망인이 되었고 우리 딸들은 상주가 되었다.
벌써 6개월이 지났다.  반년이 지났다. 천국 가서 만날 시간이 그만큼 가까워진 것에 감사드린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뉴스가 어제 보도 된 것 같은데  장례일이 23일이라고 한다. TV를 통해 김 대중대통령의 입관 후  평온한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평온 하면서 자연히 남편의 입관 하던 모습도 떠올랐다.
만약 그 모습을 보지 못 하고 하관할 때의 모습을 보지 못 했다면 남편의 떠난 것이 사실로 믿기지 않을 번 한 일이 있었다.
며칠 전 새벽기도 드리고 걸어서 오는데 앞에 걸어가는 남자 한 분의 뒷모습과 걸음걸이가 틀림없는 남편 같았다. 이상하다. 그럴 리 없는데 하면서 조심스럽게 뒤따라 걸었다. 한참 걸으니까 내 걸음이 빨라서 그 분보다 앞서게 되어 살짝 옆으로 얼굴을 보니 모르는 분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앞에서 얼굴을  보았다.  역시 아니었다. 환자복을 입은 분들이 새벽 운동 나왔다가 요양병원  앞에서 쉬는 분도 있고, 나무 밑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주워 저 쪽으로 던지는 분도 있으며 병원으로 들어가는 분도 있었다. 교회에서 걸어올 때마다 할머니 한 분은 환자복에 흰 운동화를 신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것을 본다.
그날따라 남자 환자분을 보고 착각을 한 것이다.  요양병원에 들어갈 정도면 수척하고, 힘도 없고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자기 힘으로 걸어보고 싶고, 어서 퇴원하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혼자서 있는 힘을 다해 걷는 것을 지내고 놓고 보니 이해가 되고 마음이 아프다. 어깨는 올라가고, 두 주먹은 불끈 쥔 채 있는 힘을 다하여 걷는 모습이 남편의 모습이었다.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떠난 사람을 잊고, 씩씩하게 살도록 마지막 입관한 모습과 하관하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일까? 장례절차나 예절 같은 것이 유족들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 다만 슬픔과 아픔뿐이다.

<관계를 통한 하나님의 형상 빚기>라는 책에서  “우리는 다 독신으로 시작하여 대다수는 사별이나 이혼을 통해 결국 다시 독신이 된다. 우리가 주님의 사역에 합당하며, 홀로 있든 결혼을 했든 우정을 나누며 기쁘게 살 수 있는지 없는지는 우리가 독신 성인으로서  얼마나 온전한 존재인지에 달려 있다. 그리스도 안에서 독신인 사람은 진정 완전할 수 있고 기쁨으로 온전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복음의 메시지다. 그리스도 중심인 온전함으로 나타나는 독신생활은 그리스도의 은혜와 평안을 강력하게 증거한다.

독신이라는 말은 이중적 의미가 있다. 역설적이지만 자유와 고립, 자율과 분리라는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우리는 독신인 사람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안쓰럽게 여기기도 한다. 독신자는 사람들이 그토록 상상 속에서 꿈꾸는 모습인 자율적 존재로 자아실현에 힘쓸 자유가 있는 반면에 채워지지 않은 듯한 관계적 자아의 두려운 고독에 직면해야 한다.”는 글을 읽으면서 지금 나의 생활이 독신자의 생활인 것을 새삼 깨닫고,  얼마나 자아실현에 충실하고 신랑 되신 주님만 생각하는 정결한 신부인지 말씀의 거울 앞에서 점검하게 된다.  
하루 세 끼를 다 밥 해달라는  남자는 간 큰 남자라고 한다며 아내 눈치를 봐가며 밥을 먹는다는 세상이니 요즘은 부부간에도 예전처럼 아내는 당연히 밥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지만 아직은 더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돕는 배필로 부부를 허락하신 하나님의 뜻 안에서 서로 도우며, 역할 분담을 하면 보기도 아름답고 가정도 더 화목할 것이다.
남편도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인데다가 시부모님과  함께 살다보니 권위적인면도 있었고, 체면을 지키느라 겉으로 표현을 안 했으나 부모님 돌아가시고 아이들 출가 시키고 둘이서 살 때는 마늘도 까주고, 칼도 갈아주던 자상한 남편이었다.
이제는 신랑 되신 주님께 기도로 말씀 드리면 돕는 사람들을 보내주시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보내주시고, 영혼의 만나로 빚어 주신다.

주님의 순결한 신부로 서게 되는 그날 우리는 모두 기쁨으로 천국에서 다 만나게 될 것이다.   하렐루야!

2009.8.21. 이 정 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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