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산책과 함께 생일을 자축하며

2009.10.26 12:49

이정민 조회 수:981 추천:45

아침산책과 함께 생일을 자축하며

음력 9월9일이  내 생일이다.
아이들 생활이 주로 양력을 위주로 하니 복잡하게 달력 봐가며 음력 생일 챙기는 것이 번거롭다고 어른들 생일을 양력으로 하는 집도 더러 있지만 우리 집 어른들은 그대로 음력으로 지낸다. 남편은 생일 때나 결혼기념일에는 장미 한 송이를 꽃병에 꽂아주며 축하한다고 말했다. 작년에도 장미 한 송이를 산다고 해서 싫다고 했더니  빨강  포인세치아를 사왔다.
전부터 사고 싶었는데 어떻게 알았던 모양이다.  
포인세치아는 잘 자라고 있다. 아마 한 달이나 더 지나야 꽃이 필 것 같다.
예년과 달리 남편이 떠난 뒤라서 딸들과 형제들의 관심이 별스럽다.
서울에 사는 큰딸과 막내딸,  외손자, 손녀 셋, 사위 둘하고 모두 여덟 명 같이 오자면 복잡하니 내려오지 말고, 내가 올라간다고 미리 말했다.
그런데 감기 기운으로 올라가는 것이 무리일 것 같아 그냥 마음으로 축하 받을 테니 오지 말고 잘 지내라고 다시 전화하였다.

신 집사님은 옆에서 소리 없이 생일을 챙겨 주신다.
아프다고 하면 노심초사 기도해주시고 구미를 잃고 비실거리면 맛있는 음식을 장만해주시며 잘 먹고 천국 갈 때까지 동행하자며 힘을 주신다.

해마다 작은 동서가 전날 저녁에 찰밥과 미역국, 나물 반찬, 생선을 구워 들고 왔다. 사실 여자들 생일은 자기 손으로 챙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작은 동서는 시집오던 해부터 지금까지 시부모님 생신과 내 생일을 챙겨 주고 있다. 이번에는 어제가 주일이라서 내가 같이 지낼 수 없는 줄 알고 오늘저녁에 동서가 준비하여 작은 시누이와 둘째딸식구들과 시동생 댁에서 같이 식사하기로 했다. 작은 동서의 사랑의 수고와 아침 산책 가족들의 위로와 격려로 또 새 힘을 얻으며  아침은 감자 한 개 남은 것을 삶아 사과와 커피를 마시고 간단하게 식사했다. 감자가 한 개라서 물을 적게 부었더니  냄비가 시커멓게 탔지만 감자는 그래도 타지 않았다.
신문에서 생활의 지혜를 읽은 것이 생각나 사과껍질을 넣고 삶아 냄비를 씻으니 깨끗해졌다.  힘보다 지혜가 낫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였다.
김미희 사모님의 다정한 목소리로 내 사연을 읽어 주시고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생일을 자축하였다.  할렐루야!
2009.10.26.진광교회.이정민.신청찬양:314장 (기쁜 일이 있어 천국종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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