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2009.10.06 15:23

이정민 조회 수:891 추천:48

고구마

추석아래 막내딸 식구들이 왔을 때 외손녀가 고구마를 먹으려고 해서 찜통에 찌자는 딸에게 전자레인지에 쪄도 된다고 했더니 그러면 그렇게 할까요? 하며 준비를 하였다.
설명서를 읽고 고구마를 넣고 기다려도 끝났다는 삐삐소리가 나지 않아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텐데 하며 보는 순간 전자레인지에 불꽃이 보여 놀라서 취소를 누르고 고구마에 붙은 불을 끄고 꺼냈다.
큰일 날 뻔하였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창문을 모두 열고 환기 시켜도  연기 기운은 한 참 남아 있었다.
왜 이럴까 하고 설명서를 다시 읽어 보니 고구마 3~4개를 비닐 팩에 담아 입구를 살짝 말아 넣으라고 했는데 2개만 넣었더니 양이 미달이라서 그렇게 된 것인지 비닐에 불이 붙어 고구마가 타고 불꽃이 올라왔다.
다시 고구마를 찜통에 쪄서 외손녀와 딸은 점심대신 고구마를 먹었고 나는 가슴이 두근거려 밥을 먹었다.
아이들이 먹고 남은 고구마 4개를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하나씩 먹을 때 마다 안보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드리며 조심한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6•25사변이 일어났는데 우리 집은 폭격에 불타고 없어서 집구할 동안에 외갓집에서 지냈다.

추운 날 학교 공부를 마치고 외갓집에 오면 외할머님은 고구마를 넣은 김치국밥을 먹으라고 주셨다. 처음에는 맛이 좋더니 날마다 고구마 김치국밥을 먹으니 나중에는 싫증이 났다. 그래서 나 먹으려고 일부러 고구마를 사지 않다가 외손녀 준다고 산 고구마를 다 먹지 않고 가서 남은 것을 하나씩 먹으면서 옛 추억을 더듬어 보니 그때가 지금 외손녀만한 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외손녀가 지금 초등학교 2학년인데 지금 생각하면 새삼스레 내가 참 장하다고 느껴진다. 9•28수복 후에 학교 다닐 때 외갓집에서 학교까지는 10리길인데 갈 때는 군청에 다니시는 아버지의 자전거 뒤에 타고 갔지만 마치고 올 때는 아버지를 기다릴 수 없어서 혼자 걸어왔다.  바람에 날려갈 것 같아서 뒤로 걷다가, 달리다가, 구구셈을 익히다가, 노래를 부르다가, 때로는 울기도 하면서 한 달 넘게 쓸쓸한 신작로를 걸어왔다.
겨울 방학 마치고 읍에 우리 집을 구해서 나오기는 했지만 외갓집은 지금도  마음의 고향이다.   2009.10.6. 이 정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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