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편지를 씁니다.

2009.09.21 00:44

이정민 조회 수:872 추천:35

오늘도 나는 편지를 씁니다.

가을 하늘만큼 마음도 맑아지고 높아집니다.
생각만 깊이 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오늘도 나는 내 마음에 생각나는 대로 편지를 씁니다.

내 편지를 받을 때마다 편지를 받고 쓴 것인지 안 받고 쓴 것인지 도대체 분간을 못하겠다며 짜증을 내기도 하고 마음에 와 닿지 않아 서운해 하기도 했지요. 당신의 편지는 마치 한 폭의 풍경화 같기도 하고 옆에서 재미나는 책을 읽어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엄마의 다정한 손길 같기도 하며, 꿈과 이상을 꼭 실현한다는 굳은 의지의 사나이 같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너무 그리워서 김소월의시  “먼 후일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고 투정을 부리는 연인이기도 하였습니다.
나는 당신이 말한 대로 편지를 받고 쓴 것보다 매일 일기삼아 써서 군에 있는 당신에게 부지런히 보내니까 타이밍이 맞는 내용도 있고 뜬구름 잡는 내용도 있었겠지요.
그래도 나만큼 편지 많이 보내준 사람 없을 것입니다.

내용이 빈약하고 당신 마음에 안 차기는 했지만요.
그래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고 하겠지요?

당신도 나를 인정해주고, 나도 당신을 인정하며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며  한 평생 살게 되었음을 감사합니다.
당신보고 ‘솥뚜껑으로 자라 잡는 것처럼’ 왜 말 도 못하게 하느냐며 대들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효자 당신의 가슴은 얼마나 까맣게 탔겠습니까?

고부간의 갈등을 지켜보는 당신의 마음은 나무위에 앉아 있으나 날개를 펴지 못한 새 같다고 한다며 어머님께서 점쟁이의 말을 빌려 친구 분에게 말씀 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고부간의 갈등 원인은 손자가 없으니 외방에서라도 낳아 오라는 말씀에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나를 지켜봐야 하는 당신의 참담한 마음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어머님도 구원 받고 지금은 아무 갈등 없는 천국에서 안식하게 되어 감사합니다.     할렐루야!   이 정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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