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렛

2010.12.14 22:42

이정민 조회 수:860 추천:43

바이올렛

언제부터인가 남편은  결혼기념일이나 내 생일이 되면 장미꽃을 사다가 꽃병에 꽂아주었다.

지난 11월27일 결혼기념일에 혼자 지내다가 마음이 울적해서 이럴 땐 밖에 나가야지 하며 병문안 다녀오는 길에 조그만 화분에 심은 바이올렛을 2000원 주고 사왔다.
그늘에 두고 물은 잎이 시들면 주라고 했다.
낮에 볕이 잘 들어온 탓인지 거실 안쪽에 두었는데도 계속 잎이 시들어있었다.
오늘 아침에 물을 다시 주고 꽃병을 밑에 받쳐 현관 입구 그늘진 곳에 두고 저녁 때보니 잎이 싱싱하고, 꽃도 예쁘게 피어있었다.
야생화는 거실에 그냥 두어도 요즘은 2~3일 만에 한 두 송이씩 꽃이 피는데 바이올렛은 그늘에 두지 않아서 시들었던 것을 내가 몰랐다.

음지 식물이 있고, 양지 식물이 있으며 어느 곳에서도 잘 사는 식물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은 아무 곳에서나 잘 살도록 조절이 잘 안 된다.
갑자기 어떤 일을 당하거나 충격을 받고나면 회복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된다.

특히 추억과 이성 간의 싸움에서는 참 어처구니없다고 할 만큼 판단력이 부족하여 엄격한 노력에도 추억의 매력을 배가시킬 뿐 이성이 추억과 싸웠으나 허사가 되는 것을 책<적과 흑>의 주인공을 보면서 알 수 있었다.
학생 때 읽었던 책인데 내용이 생각이 잘 안 나기에 다시 읽으니 새로웠다.

“작품해설에서 주인공 <쥘리엥>은 자신의 출신계층 내에서나 그가 발붙이려고 애쓰는 상류 계층 내에서나 다 같이 스스로를 낯설게 느끼며, 또한 접촉하는 모든 환경 속에서 낯선 사람으로 대접받는 특이한 감수성의 소유자이며 사회적 정화(精華)들의 미학적이고 형이상학적 서클인 ‘행복한 소수’란 그룹 말고는 어떠한 사회적 카테고리 속에도 집어넣기 어려운 인물이다.
이 예외적인 존재에 대해 ‘그의 존재 자체가 시대에, 선과 악에, 가치관에, 생의 의미에 제기된 의문’ 이라고 한 어떤 비평가의 견해는 수긍할만하며, 그것이 쥘리엥 소렐의 가장 본질적인 의미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바이올렛의 꽃말은 영원한 우정, 사랑이라고 한다.
이 세상 사람과의 우정과 사랑이 과연 영원할 수 있을까?
<적과 흑>의 주인공을 통해서나, 내가 본 사람들의 내면을 통해서나 영원한 우정이나 사랑은 없는 것 같다. 자기 체면이 앞서고, 출세가 앞서고, 가족이 앞서고, 지금까지 지탱해온 규범이 앞설 뿐이다.  이것이 또한  현실이다. 그러기에 영원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갈망 하는 것이다.

2010.12.6. 이 정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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