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가

2003.03.06 13:49

윤봉원 조회 수:993 추천:126



FEBC FM 98.1MHZ 창원극동방송을 듣던 중 ‘빈 소년 합창단’의 한 소년이 ‘잠의 요정’을 고운 목소리로 부르는 것을 듣고 마음이 평온하여져서 내가 딸들을 키울 때 불렀던 자장가를 오랜만에 불러 보았습니다.

잘 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뒷 동산에/ 새들도 아가양도/ 하며 노래를 부르니까 서울에 사는 외손녀가 이곳 진해에 와서 며칠 있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둘째 아이의 순산을 앞두고 산구완 해 줄 사람을 구하던 때에 외가에 내려왔던 외손녀는 26개월이 조금 지났습니다. 하루 이틀은 낯을 가리지 않고 잘 놀고, 잘 먹더니 삼일 째 되던 날부터 엄마를 찾고 “빨리 애기 낳고 어서 집에 와 하며 잠시도 나를 떨어지지 않으려고 떼를 쓰며 보채기 시작 했습니다.

APT에서 따뜻하게 있다가 이곳에 와서는 밖에서 놀기도 하고 내가 상점에 나가서 일보고 올 동안에는 이모와 함께 할머니 가게에 가지고 하며 찾아 나오는 바람에 콧물감기가 심하게 들어서 더 힘이 들었습니다.

밤에 재울 때 자장가를 불러주며 등을 토닥토닥 다독거려 주었더니 외손녀는 자장가를 따라 불렀습니다. 하도 신기해서 내가 노래를 멈추고 “누가 배워줬니? 하고 물었더니 “엄마가” 하면서 나의 품안으로 쏘옥 안겨왔습니다.

“윤서 혼자 불러 봐. 참 잘 부르네”하며 내가 먼저 부르다가 멈추었더니 혀가 잘 돌아가지 않은 말로 귀엽게 자장가를 부르다가 풍뎅이처럼 뒹굴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TV드라마에 한 자폐증 어린이가 높은 곳에 혼자 올라가서 내려 올 수가 없었습니다. 구조대가 와서 겨우 아이를 안전하게 내려 왔으나 그 뒤로는 더욱 심해져서 부모와도 대화를 단절하고 멍하니 앉아만 있던 아이가 자기 아빠의 휘파람 소리를 듣고 눈이 반짝거려 쳐다 보았습니다.

그 휘파람은 자장가였습니다. 자폐증 어린이지만 엄마가 품에 안고 재우면서 불러주던 자장가를 듣고는 생기가 되살아 나는 것을 보고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과 아이들은 가정이라는 온상에서 사랑을 먹고 자라나는 것임을 깊이 생각했습니다.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는 시의 한 구절이 생각나는 현실입니다.

어머니의 자장가는 새 생명을 재창조 해 나가는 힘이 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승리를 믿음으로 어려움을 잘 이길 수 있도록 기도드립니다.

샬롬   1998.11.9

진해충무동교회 이정민 집사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