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2003.03.06 13:48

윤봉원 조회 수:867 추천:143



“꼭 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꼭 꼭 숨어라 옷자락이 보인다.”

두 눈을 손으로 가리우고 기둥에 얼굴을 대고 노래를 부르면 친구들은 장독대로 나무 밑으로 숨기가 바쁘다  “다 숨었나?” “아직 멀었다” 술래는 실눈으로 뒤를 한 번 돌아보고 다시 노래를 부른다.  “꼭 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꼭 꼭 숨어라 옷자락이 보인다.” 술래는 숨은 친구를 찾으러 간다.

“장독 뒤에 숨었다. 짠 짠 짠!” 친구의 머리를 세 번 손으로 치고 빨리 뛰어와 기둥을 치며 놀던 때가 엊그제 같다. 모처럼 오신 할아버지가 좋아서, 흰두루마기를 입으시고, 갓을 쓰시고 점잖게 방에 계신 할아버지께 다가가 “할아버지! 엄마가 밥상 들고 오면 내가 어디 갔는지 찾아 오라고 하세요”

얼른 할아버지의 등 뒤에 가서 두루마기 자락으로 얼굴을 가리우고 납작 엎드려 숨었다. 할아버지와 나는 웃으며 소곤소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였다. 엄마의 방 문 여는 소리에 ‘쉬!’ 하며 조용해졌다. 할아버지와 엄마는 눈짓으로 서로 이야기 하신 뒤 “어멈아! 아 찾아와서 저녁 밥을 같이 먹자” “네”

엄마가 방 문을 열고 찾으러 나가려고 하여 나는 급하게 일어 나느라고 할아버지의 두루마기 자락을 밟았다. 엄마는 주먹으로 나를 쥐어 박으려고 하며 버릇없이 할아버지의 두루마기를 밟는다고 꾸중을 하였고, 할아버지께서는 허! 허! 웃으시며 엄마를 향하여 손으로 말리셨다.

주님과 나는 숨바꼭질을 자주 한다.

내가 아프면 주님은 기도와 위로로써 나를 찾아 오시고 내가 기뻐하면 손뼉치고 찬양하며 숨바꼭질 하시며 내가 범죄하면 회개의 영과 정직한 영을 주시어서 돌이키게 하신다.

나는 매일 매일 주님과 숨바꼭질 한다. 외손자는 커튼 뒤에 숨었다가 식탁밑에 숨기도 하며 이 방 저 방을 부산하게 뛰어 다니며 숨는다.

“할머니 강훈이 찾아 보세요”  “커튼 뒤에 숨었다. 쨘 쨘 쨘” “ 강훈이를 찾았다 쨘 쨘 쨘”

행복한 마음으로 외손자를 와락 껴안았다.

외손자는 잡히지 않으려고 작은 몸을 빼내면서 깔깔거렸다.      

샬롬        1998.11.5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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