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갓집

2003.06.05 12:53

윤봉원 조회 수:864 추천:129

외갓집

나는 어릴 때 외갓집에 가는 것이 제일 기뻤다.

우리 집은 거창 읍에 있었고 외갓집은 십 리 떨어진 남상면 한대곡 마을에 있었다. 거창 읍 장날이면 외삼촌과 외숙모님이 장에 오셨다. 나는 기다렸다가 외갓집에 가려고 하면 어머님은 외숙모님 귀찮게 한다고 말리셨으나 외숙모님 치마만 붙잡고 섰다가 기어이 따라 갔다.

이때 쯤은 감자가 한창 맛있을 때다.

외숙모님은 보리쌀을 푸욱 삶아서 솥 밑에 깔고 쌀 한 줌을 씻어서 가운데 놓고 감자를 넣고 양념하여 맛있게 졸여 주셨다. 쌀 조금 얹은 것을 외 할머님과 외 삼촌과 나의 밥에 섞어 담아 주셨고 이모와 외숙모님은 꽁보리 밥에 감자를 으깨어 된장과 열무 김치를 넣고 맛있게 비벼서 땀을 흘려가며 잡수 셨다. 뜰 앞에는 붕숭아, 채송화,맨드라미,분꽃,나팔꽃,해바라기,다알리아가 키재기를 하며 예쁘게 꽃을 피웠고, 텃밭 바쁜 농사일로 저녁늦게 돌아오시는 외숙모님을 기다렸다는 듯이 텃밭의 소태들이 저녁식탁을 풍성하게 차려 주었다. 밤이 되면 가축들은 제 각각 잠자리에 들어가고 우리는 모깃불을 피워 놓은 마당에 멍석을 깔고 앉아서 참외와 수박을 먹고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였다. 실로 손톱을 매묶었으나 자다가 몸부림치는 바람에 빠져나가 물이 잘 들지 않은 곳에는 이튿날 외 할머님께 졸라서 또 다시 봉숭아 물을 들였다.

위 외갓집에 제사가 드는 날이면 교회에 나아가시는 할머님은 방에 조용히 계셨다. 집 안 친척들은 할머님께 먼저 인사 드리고 외 숙모님과 함께 일을 하셨다.

나는 외 할머님 옆에서 조용 조용히 이야기 하다가 잠이 들었다. 90세에 권사님으로서 소천하신 외 할머님은 외사촌들과 외 삼촌과 외숙모님들을 주님 앞에 인도 하셨고 나의 마음에 인자하신 할머님으로서, 예수님의 참 제자로서의 은은한 향기와 함께 평안을 심어 주셨다.

서울에 있는 나의 어린 외손자와 외 손녀는 큰 딸이 직장에 나가다 보니 외 손녀 윤서는 놀이방에 보내고 외 손자 규민이는 가정부가 돌보고 있는 데 휴가 때 이곳 진해에 오면 아이들은 좋아서 어쩔줄 모른다. 마당에서 물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집에서 십여분 밖에 걸리지 않은 탑산공원에 가서 진해시 가지와 바다를 내려다 보고, 동물원에서 동물들 구경도 하며, 공놀이도 하면서 서울보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외갓집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갖게 되어 정말 기쁘다.

함께 있는 외 손자 강훈이와 탑산에 갈 때 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길 옆 산으로 올라가려고 해서 요한복음 10장 9절 말씀을 일러 주면서 문으로 같이 걸어갔었는데 서울에서 온 강훈이의 이종 동생 들에게 와 큰 이모에게 외할머니가 문으로 들어가라고 했다면서 예수님이 우리의 문이라고 이야기하더라는 말을 듣고 어린아이들의 깨끗한 마음에 하나님 말씀을 채워 주면 때에 따라 성령님께서 생각나게 하시어 옳은 길로 인도하심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셨다. 윤서와 규민이가 보고 싶어 유치원 갈 때마다 여름방학이 며칠 남았느냐고 묻는 강훈이가 오늘따라 더 의젓해 보였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외 손자들과 외 손녀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 드리며 서울에 있는 아이들에게 편지를 썼다. 1999. 6월 10일, 진해 충 무 동 교회 이 정민 집사 “내가 문이니 나로 말미암아 들어가면 구원을 얻고 또는 들어가며 나오며 꼴을 얻으리라” (요한복음 10장 9절)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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