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서희에게!

2003.08.08 20:25

윤봉원 조회 수:988 추천:137

사랑하는 서희에게!

서희의 생일을 축하하며 고모가 밀린 이야기들이 하고 싶어 펜을 들었다. 힘든 모3시절을 이겨내고 대학교에 입학하면 숨 좀 제대로 쉴 줄 알았는데 이건 고3때 보다 더 힘들고, 이런것이 구나 하며 아침 일찍 눈비비고 일어나 차에 시달리며 대학 1년생으로서 힘차게 등교하는 서희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고모는 대학교에 가서 공부하지 못한게 지금도 여한이다. 25년 전에 방송 통신 대학에 입학하여 몇 달 공부하다가 한학기도 못 마치고 그만두었다.

새벽에 라디오를 듣고 공부를 하다 보면 어느새 이불 밑에서 누워자기 일쑤였고. 네 고모부에게 영어책을 드리면서 해석해 달라고 부탁하여 저녁에 공부를 하면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학교에서 책을 들고 예습 복습을 하면 잠이 쏟아지고, 얼굴에 기미가 끼었었다.

아이를 가져도 기미가 기지 않았는데 늦게 시작한 공부는 너무 힘이 들었어. 보다 못한 네 고모부가 그만 두라고 하고 내 얕은 생각에 방송 통신 대학을 졸업하면 평생 교사 생활을 해야 될 것 같아서 그만 두었단다.

내 적성에는 교사가 맞지 않았던게야.

그 때 나와 같이 공부 하던 여자 선배 한 분은 5년 만엔가 방송 통신 대학을 졸업하고 교감, 교장, 장학사까지 한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렇게 장사 하는 것 보다 학교에 남았으면 더 낫지 않았겠나 싶기도 하다.

사람의 한 평생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고들 말하는 간사한 인간이 바로 나이기도 하다.

고되고 힘들고 고통스럽고 억울하고 도저히 자신이 자신을 용서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때는 인생살이가 귀찮고 길게 느껴지지만 영겁의 세월에 비하면 인생 한 평생은 밤의 한 경점에 불과한 것을 또한알 수 있게 된다.

사랑하는 서희야!

그렇잖아도 춘공증과 함께 피곤하고 지치는데 고모까지 왜 부담스런 말을 하느냐고 큰소리로 고함이라도 질러봐. 그러면 속이 좀 후련할 테니까….

이건 내가 다 겪어본 시간들이라서 짐작하고 해 본 소리야.

그런데 서희야!

지나고 보니 그 시간들이 가장 부담 없었고, 행복했던 것 같아.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 없어지고 외롭기도 한에 겉으로는 씩씩한 것 같이 위장하고 마음이 아파도 웃고, 미워도 좋은 척하는 위선적인 성품들이 몸에 배이더구나.

그래서 요즘은 이런 외식적인 믿음의 껍질을 벗기 위해 힘쓰다 보니 조금씩 벗겨 지는 것 같아서 기쁘단다.

서희야!

장 영희 에세이를 일고 마음에 찡한 감동과 함께 나의 지난 날들을 되돌아 보고 박력있게 추진하지 못했음을 후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 이 시간은 내 생애 단 한 번 밖에 없음을 알고 충실히 보내려고 다짐 하였다. 오늘 이 시간을 어영부영 봬면 그만큼 후회가 더 할 것이기에 새벽을 깨워 교회에 나아가 첫 시간을 경건한 가운데 기도 드리고 찬송과 경배를 드리고 와서 오늘 받은 말씀을 묵상하였다.

“나라이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이다.”는 말씀대로 하나님의 뜻을 구하니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평화가 나를 감싸 안아 주시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서희야! 사랑한다. 진해 고모가,  2001.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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