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 선

2003.07.04 15:06

윤봉원 조회 수:844 추천:116

풍 선

손자와 함께 길을 가다 보면 책상을 놓고 학습지를 선전하는 분들이 풍선을 주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할머니 나도 풍선 주세요.” 하며 손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민망 할 때가 많았다. 한 번은 제과 점 개업하는 데 곰 옷을 입고 가면을 쓴 키 큰 아저씨들이 풍선 나눠 주는 것을 보로 풍선은 갖고 싶은 데 곰이 겁나서 가지 못하고 나더러 같이 가자고 졸랐다.

“상점을 비워 놓고 어떻게 가니?” “좀 기다려라.” 하고 있는데 마침 아는 분이 들렸기에 손자를 데리고 가서 풍선 하나만 얻어 주라고 부탁했다. 따라간 손자는 곰이 손을 내밀며 악수 하자는 걸 보고 놀라서 울고 왔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으니 먼저 얻을 수 없었다며 풍선 한 개를 갖다 주니 좋아하며 갖고 놀다가 꼬챙이를 잘못 잡는 바람에 ‘펑’ 하고 풍선이 터졌다. 손자는 또 얻어 달라며 조르는데 곰 아저씨들이 우리 상점 앞을 지나 갔다.

“울면 강훈이 잡아가라고 한다. 저기 곰 간다. 봐라.”

“어디요? 할머니! 무서워요.”

손자는 내 품에 파고 들어 왔다. 한 봉지씩 달라기에 아이들 준비물인가 했는데 서서 이야기 하는 걸 들으니 풍선을 규칙적으로 불면 살이 빠진다는 얘기였다.

나는 빼빼 말라서 보는 이마다 ‘살 좀 쪄라’ 고 하는데 살 찐 분들은 살이 쪄서 걱정을 한다.

엊저녁엔 날씨가 꽤 추운데 여학생 둘이 풍선을 사러왔다.

빨간색 열 개, 노란색 열 개를 골랐다.

“학생들 교회 나가요?”

“우리 엄마가 절에 가서 안 나갑니다.”

“우리 엄마는 교회 나갑니다.”

“엄마가 절에 가셔도 예수님이 진리이시니 예수 믿으세요.”

“예! 여기는 색깔을 골라 팔아서 좋다 딴 데는 안 팔려고 하던데….” 하며 인사를 하고 나갔다.

그러고 한참 있다가 밤 아홉 시가 다 되어 가는 데 한 여학생이 “노란 풍선만 서른 개 주세요” 하며 들어왔다.

“뭐 하는데 이렇게 많이 사요? 축제 합니까?”

“아뇨. 가수가 오거든요.” “그래요? 어디에 오는 데요?”

“창원에요. 더 있으면 더 주세요.”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풍선 봉지 마다 노란색을 골라냈다.

“학생은 교회 나갑니까?” “교회는 안 나가는데 우리 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쳐 줍니다.” “다행이네요. 창원 극동 방송은 듣습니까?” “아뇨.” “선교 방송이니 잘 듣고 성경공부 열심히 하고 예수 믿으세요.” “방송은 즐겨 들으니 말씀해 보세요.”

나는 얼른 FM 98.1 창원 극동 방송을 적어주고 날씨가 추운데 가수 보러 갈 때 옷 따뜻하게 입고 가세요 하며 보냈다.

무대에서 춤추며 노래하는 가수들을 우상처럼 떠 받드는 학생들을 어떻게 해야 복음의 전당으로 돌이 킬 수 있을까?

더 강하고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청중들을 의식하여 가수들과 작곡자들은 또 긴장한다. 긴장은 멈추지 않고 흥분만 고조 된다.

풍선처럼 부푼 우리 학생들 마음에 진리이신 예수님을 영접하는 것만이 그들을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부푼 가슴이 되게 한다.

하루의 일과를 마감하는 시간에 나의 상념은 끝도 없이 가라앉는 것을 느끼며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얼른 마음을 가다듬고 기도 드렸다. “오직 반석에서 솟아나는 생수만이 갈 한 영혼들을 구원 할 수 있사오니 주님! 추수할 일꾼을 보내 주소서, 주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싸늘한 밤하늘에 높이 뜬 달빛을 받으며 귀가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할렐루야!

1999. 11. 26 진해 충 무 동 교회 이 정민 집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0 그릇 윤봉원 2003.08.08 901
99 사랑하는 서희에게! 윤봉원 2003.08.08 988
98 믿음의 마라토너 윤봉원 2003.08.08 900
97 지혜로운 판결 윤봉원 2003.08.08 887
96 사랑하는 동생, 올케에게 윤봉원 2003.08.08 899
95 술 취하지 말라 윤봉원 2003.08.08 896
94 젊어지는 비결 윤봉원 2003.08.08 961
93 십자가 윤봉원 2003.07.04 840
92 회개의 호텔 윤봉원 2003.07.04 840
91 산행 윤봉원 2003.07.04 883
90 쪽발과 새김질 윤봉원 2003.07.04 914
89 34주년 결혼 기념일 윤봉원 2003.07.04 956
88 골고루 먹자 윤봉원 2003.07.04 919
87 정확 무오한 성경말씀 윤봉원 2003.07.04 973
86 양자 윤봉원 2003.07.04 842
85 지붕 수리 윤봉원 2003.07.04 1020
84 새 천 년을 맞으며 윤봉원 2003.07.04 796
» 풍 선 윤봉원 2003.07.04 844
82 크리스마스 선물 윤봉원 2003.07.04 923
81 사랑의 인술 윤봉원 2003.07.04 89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