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 떠나신 후 어버이날을 맞으며

2003.08.08 20:27

윤봉원 조회 수:873 추천:111

어머님이 떠나신 후 어버이날을 맞으며

해마다 5월 8일이 되면 어머님과 함께 지냈는데 금년에는 어머님 떠나 신지 2주일 만에 어버이 날을 맞게 되었다.

빈 방에는 어머님이 보시던 성경과 찬송가와 돋보기, 사진이 있고 아직도 어머님의 체취과 그대로 남아있다.

뒷집에 사는 둘째 딸이 하얀 장미 꽃을 한아름 사와서 꽃병에 꽃아 어머님 사진 옆에 두고 보니 어머님의 모습은 여전히 고우시고 다정하시며 평안하시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어머님이 예수님 믿기 전에, 내가 처음 시집 왔을 때 어머님은 아들 손자를 무척 기다리셨다. 첫딸을 낳으니 서운한 마음은 잠시 분이고 손녀가 귀여워서 애지중지 하시며 키워주셨다.

집안 일 하시랴 상점에 나가시랴 바쁘기도 하였지만 서운한 마음을 어찌할 줄 몰라 “삼신할매도 참 무심하지. 어째 딸을 내리내리 낳는고” 하시며 백일이 되도록 둘째딸은 안아 주시지도 않고 목욕 한 번 시켜 주시지 않았다. 세번째 또 딸을 낳으니 어머님의 서운한 마음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었고 나의 마음고생은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로 어머님이 예수님을 믿고 나와 함께 신앙생활을 하면서 부처 불경을 읽으시던 어머님은 날마다 성경을 열심히 읽고 아침에는 사도신경을 고백하고 저녁에는 주기도문으로 기도드리며 믿음생활을 잘 하셨다.

몸이 불편하여 교회에 못 나오시게 되자 목사님과 사모님 구역장님이 심방을 오셔서 가정예배를 드릴 때면 늘 감사한 마음으로 예배를 드리셨다.

시편 71편 9절 “나를 늙은 때에 버리지 마시며 내 힘이 쇠약한 때에 떠나지 마소서”와 시편 71편 18절 “하나님이여 내가 늙어 백수가 될 때에도 나를 버리지 마시며 내가 주의 힘을 후대에 전하고 주의 능을 장래 모든 사람에게 전하기까지 나를 버리지 마소서”라는 말씀을 읽어 드리고 코팅해서 어머님께 드리며 하나님께서 다 아시니 누워서 기도 드리시라고 하면 “내가 이만큼 살았으면 됐지 또 무슨 체면으로 늙은 나를 위해 기도하겠느냐” 하시며 송구스러워 하셨다.

차츰 돋보기를 쓰시고도 큰 글 성경과 찬송가의 글자가 안 보인다고 하셔서 식사 때 내가 큰소리로 기도 드리면 어머님은 작은 소리로 따라서 기도하셨다.

둘째 딸은 할머님이 언니만 좋아하신다고 서운해 하더니 할머님이 떠나시고 나니 이제사 그 깊으신 사랑을 깨달았는지 그 동안 불효 했던 일을 회개하며 제일 슬퍼하였다.

나도 어머님께서  평생을 시집살이 시키신다는 생각에 어머님 슬하를 떠나서 자유롭게 살아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일이 후회스럽고, 막상 어머님이 떠나시고 나니 온 집이 다 빈 것 같은 허전함을 금할 길 없어 성경을 읽고 찬송을 부르며 주님께 내 마음을 아뢰고 용서를 빌었다.

2001.5. 8. 진해 진 광 교회 이 정민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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