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축복이다?

2004.12.24 07:20

♡ 윤 목사 ♡ 조회 수:1252 추천:166

암은 축복이다?



박기종

암(癌)은 축복이다(?)

박기종 장로 여의도순복음교회 제2성전
호스피스봉사실장
Healer06@yahoo.co.kr


1. 죽음을 준비하는 일

사람들의 죽음기도에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잠자듯이 편안하게 죽게 해 주십시오.” “잠자다가 고통 없이 천국가게 해주십시오.” 사람들은 누구나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평안한 죽음을 맞도록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러나 이런 죽음을 위한 기도가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죽음을 충분히 예비하고 삶을 잘 정리해 둔 사람들만이 평안한 죽음을 위한 기도를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대한 회한(悔恨)과 집착(執着)을 떨쳐버리지 못한 사람에게는 이렇게 죽음을 기도로 맞이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구원의 확신이나 천국에 대한 소망이 없는 세상 사람들이 평안하게 죽음을 맞아들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신앙인들에게조차 죽음을 준비하는 일은 힘든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믿음생활을 잘 하던 성도도 마지막 순간의 고통과 공포를 견디지 못해 주님을 놓치는 일이 참 많습니다. 하물며 암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마지막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울지는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2. 암은 축복이다

암(癌), 특히 말기암은 죽음을 향해 예정된 시간을 살아가는 삶입니다. 대개 3개월에서 6개월의 나머지수명(殘餘壽命)을 사는 환우(患友)들은 하루하루를 금쪽같이 아끼며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다. 죽음보다 더한 통증(痛症)과 맞서 싸우며 매일매일 거듭납니다. 용서하고, 사랑하며 본래의 형상을 회복해 가기도 하고, 돌아갈 본향에서의 황홀하고 찬란한 만남을 마음 가득히 소망하며 기도합니다. 그들은 평안 가운데 죽음을 준비하고 죽음을 기다리기까지 합니다. 갑작스럽게, 아무런 준비 없이 맞닥뜨리는 죽음에 비하면 암은 축복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저명한 암 전문의 버니 시겔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여러 노력을 통해 암세포가 축복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병마와 싸우는 고통 속에서 인생의 진가를 인정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따뜻한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며, 너무 바빠서 포기해왔던 그림 그리기를 다시 시작할 수도 있었다고 얘기합니다.

3. 암이란 무엇인가?

암은 무엇이며, 왜 암에 걸리는지, 그 치료법은 무엇인지 궁금한 게 참 많습니다. 여러 가지 학설이 있고, 끊임없이 치료법이 소개됩니다. 천 가지의 특효약과 만 가지의 민간요법이 동원됩니다. 그러나 지금껏 어느 누구도 암의 원인, 치료, 예방에 관해서 정답을 얘기하지 못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암은 다음과 같이 설명됩니다. 인체의 수많은 세포는 일정한 세포주기에 의해 분화, 성장, 소멸하는데, 이러한 자연적인 세포주기를 따르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분화하고 성장하는 것을 종양이라고 합니다. 종양에는 양성종양과 악성종양이 있는데 이 중 악성종양(惡性腫瘍)을 바로 암이라고 부릅니다. 악성종양은 주위조직을 침범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암적존재(癌的存在)입니다. 수술로 제거하기가 힘든 데다가 재발과 전이(轉移)도 자주 일어납니다.
암의 발생원인은 내적 원인과 외적 원인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먼저, 내적 원인으로는 유전자와 면역력을 들 수 있습니다. 암유전자로 인해 신호전달 체계에 이상이 생겨 정상적으로 세포주기를 형성하지 못하거나, 또는 암억제 유전자의 이상으로 암유전자가 억제되지 못하고 활동할 때에 암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면역력은 암세포를 죽이기도 하고 더 강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외적 원인으로는 발암물질, 흡연, 술, 대기오염, 약물, 식이, 방사선, 자외선, 바이러스 등을 꼽고 있는데, 이중 흡연이 가장 커다란 요인이라고 합니다. 암은 미리 경고 신호를 보냅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 대,소변 보는 습관이 아주 다르게 변합니다.
2) 비정상적인 출혈이나 분비물이 생깁니다.
3) 신체의 특정부위에 덩어리가 만져집니다.
4) 소화불량에 걸리고, 음식물을 삼키기가 어려워집니다.
5) 기침이 나오고 목이 쉽니다.
6) 체중감소나 식욕부진 현상이 나타납니다.
7) 상처가 잘 낫지 않고 오래갑니다.
8) 사마귀나 반점 등이 생깁니다.

암의 치료는 환우의 전신상태, 투병의지, 사회 경제적인 여건이 고려됩니다. 국소적 치료에는 수술과 방사선요법이 있고, 전신적 치료에는 항암, 화학 요법 등이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유전자치료, 면역요법 등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4. 환우들의 암투병 현실

암과 사투를 벌리는 투병(鬪病)현장에는 눈물겨운 사연이 너무나 많습니다. 환우들 중 80% 이상은 처절하게 통증을 호소합니다. 환부를 예리한 면도날로 저며내는 것 같은 통증을 견디다 못해 죽고싶다는 비명이 절로 터져 나올 정도라고 합니다. 그 고통 때문에 하나님을 부인하고 예수님을 놓쳐버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지금도 그 힘겨운 싸움을 벌였던 소중한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 최모 환우(췌장암, 남자 58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건장한 외모에 걸맞지 않게 쉬지 않고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병원 부속형 시설로 옮기는 것을 돕고 돌아와서 8시간도 되지 않아 소천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입관예배를 드리면서, 빨리 조처해 좀더 고통을 덜어 주지 못한 아쉬움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 신모 환우(간암, 남자 64세)는 6인 병실 한구석에서 단말마의 비명을 토하고 있었습니다. 진통제의 효과조차 볼 수 없는 극심한 고통 가운데서 며칠을 보내다 운명했습니다. 간절하게 기도 한번 드려주지 못한 채 천주교 영세와 종부성사로 생을 마감하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 더 기가 막힌 경우도 있었습니다. 마산을 거쳐 부산에서 가료 중이던 이모씨(위암, 남자 69세)는 그 딸의 요청으로 저희 호스피스봉사실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예수쟁이(?)에게 아버지를 의탁하지 않겠다는 아들의 완강한 반대로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얼마 후, 어찌 된 영문인지 환우는 강원도 산골의 어느 이상한 사이비 종교집단에 수용되어 있었고, 도움을 요청하는 남매의 부탁으로 어렵게 춘천에 있는 기쁨의 집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도착 다음날 운명했고 우리는 유가족의 희망대로 고향으로 시신을 모셔드렸습니다. 그때의 화급했던 상황을 돌이켜보면 허탈하기까지 합니다.
※ 은혜로운 경우도 있었습니다. 송집사(직장암, 남자 49세)는 대형 병원에서 퇴원명령을 받고 무작정 일산 암센터로 향했습니다. 거기서 또다시 문전박대를 당하고 지정된 동네의 작은 병원으로 옮겨오면서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해 왔습니다. 저희들이 달려갔을 때는 응급실 한쪽에 팽개쳐져 있었습니다. 그의 아내가 봉사자와 함께 안양호스피스선교회가 섬기는 안양메트로병원에 가서 도움을 요청했고 환우는 곧바로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환우는 봉사자의 도움으로 고통 중에도 평안을 누렸고 침상에서 세례까지 받았습니다. 지극 정성으로 섬김을 받던 송집사는 봉사자들의 마지막 찬송 속에서 천국으로 향했습니다. 경찰병원으로 옮겨져 장례를 치른 가족들이 큰 은혜와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는 모습은 거룩하기까지 했습니다.

5. 주간 탁환소 시설의 필요성

주간 탁환소(晝間托患所, Day-care HOS-PICE)는 가정으로 돌아온 환우들을 돕는 쉼터입니다. 매년 10만 명에 가까운 암환자가 새로 생겨나고, 이 중 6만 명 가량이 사망한다고 집계되고 있습니다. 사망직전에 이른 환자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집에 가서 맛있는 것이나 많이 잡수세요.’라는 의사의 말에서 느끼는 당혹감과 배신감은 외로움과 두려움을 몇 배나 크게 만듭니다.
의학적으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다면 이 환자는 호스피스 프로그램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저 희망 사항일 뿐입니다. 체계적으로 호스피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환우를 모실 수 있는 침상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가정으로 내팽개쳐진 환우, 소위 재가환우(在家患友)는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기 시작합니다. 본격적인 죽음과의 전쟁을 혼자서 시작해야 합니다. 가공할 만한 통증을 비롯해서 배뇨, 배변의 곤란, 구토, 무기력 등의 육체적 어려움이 더해 갑니다. 가족, 친척, 친구 사이가 무너져 내리고 경제적 압박은 가중되어 갑니다. 소외감, 고립감, 무력감에다 엄청난 불안감이 환우를 짓누릅니다. 이 고통과 절망을 누가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우리의 사회적, 경제적 여건 가운데에서 환우를 가정에서 돌보는 일은 너무나 어렵고 힘듭니다. 낮시간에는 환우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두려움에 떠는 모습은 생각만해도 안쓰럽습니다. 호스피스 주간 탁환소는 바로 이런 환우들을 낮시간에 모셔서 돌봐드리고 저녁때에는 집으로 돌아가게 하는 시설입니다. 예배, 기도, 상담, 찬양, 안마, 세발, 목욕 등을 돌보고, 물리치료, 통증조절, 건강식을 제공하며, 간단한 취미활동이나 편지쓰기, 전화걸기와 같은 봉사활동을 통해 생을 품위 있게 마감하도록 돕기도 합니다. 물론,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며 비상사태에도 대비합니다. 상태가 악화되어 삶의 마지막이 예견되면 자연스럽게 호스피스 프로그램으로 옮겨가 돌봄 체계를 따르게 됩니다.
이러한 주간 탁환소가 지성전 단위나 지역교회연합체로 발족, 운영되면, 교회는 많은 건강효과와 성장효과를 거두리라 예상됩니다. 주간 탁환소 운영에 많은 목회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이 쉼터의 운영이 교회를 역동적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6. 교회의 역할

죽음 문제에 관한 교회의 역할은 대단합니다. 첫째로, 교회는 죽음을 준비하기 위한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죽음은 삶과 짝지워져 있습니다. 죽음은 삶과 교차되어 우리 생애를 이루고 있습니다. 낮이 삶의 생활이라면, 밤은 죽음의 생활이라고 비유될 수 있습니다. 하루의 일과 중 밤의 진행을 살펴봅시다. 집에 돌아와서 잠자리에 들기 전에 먼저 이를 깨끗이 닦습니다. 그리고 잠옷으로 갈아입습니다. 긴 이불 속에 가만히 누워 온몸을 뻗고 눈을 감습니다. 긴 잠으로 빠져들면 숨도, 체온도, 혈액순환도 낮아집니다. 몸의 기능이 가사(假死) 상태로 빠져듭니다. 임종 후에 우리 주검(屍身)을 거두는(收拾, 收屍) 모습과 너무나도 흡사하지 않습니까? 성경은,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창 1:5)를 반복적으로 보여주어 죽음 다음의 부활 생명을 순서적으로 예시하고 있습니다.
죽음준비는 너무나 필요한 교육 과정입니다. 죽음을 준비하고 사는 사람들은 건강하고 자유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죽기를 무서워하므로 일생에 매여 종노릇하는 모든 자들을 놓아주려고(히 2:15) 오신 예수님을 받아드리는 삶의 자세는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이어야 합니다. 생명의 소유주요, 주관자이신 하나님을 늘 곁에 모시고 살아가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죽음을 아주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죄 때문에 오는 필연적 결과로(창 2:16,17) 설명하고 있으며, 영생을 부여받은 성도가 육체의 죽음을 극복한 후의 일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죽음에 대한 세상의 문화를 바르게 잡아주는 역할이 있습니다. 좋은 예가 될만한 문화를 몇 가지 소개하겠습니다.

① ‘유산 안 물려주기 운동’은 자녀들에게 돈이나 물질 등을 물려주지 말고 사회환원을 통해 기부문화를 확산해서 소외된 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자는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운동에 적극 동참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좋은 유산 물려주기에 앞장서야 하겠습니다. 사회적, 신체적, 정신적, 영적, 감성적인 좋은 특성과 습관, 재능, 태도, 믿음 등이 좋은 유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전 생애를 통해 터득하고, 가꾸고, 도달한 그 정수(精粹)가 유산입니다. “나는 네게 유익하도록 가르치고 너를 마땅히 행할 길로 인도하는 너희 하나님 야훼라(사 48:17).”
② ‘화장(火葬) 권장 및 시신기증(屍身寄贈) 권장’은 장례문화를 선도하는 교회가 마땅히 펼쳐야 할 바람직한 운동입니다. 화장은 두 번 죽는다는 것으로, 부활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는 생각을 바꾸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보다 탁월한(excellent) 크리스챤의 삶을 본 보이는 좋은 기회입니다.
③ ‘유언장 쓰기’는 죽음의 종노릇에서 해방된 택한 백성이 평생을 누리고 살 자유를 표현하는 일입니다. 마치 삶의 사명선언문(Mission Statement)을 준비하듯 죽음의 유언장을 준비하는 일은 지혜로운 것입니다.

죽음은 창조주의 비밀을 깨닫는 앎이고, 영생을 위해 거쳐야 할 축복의 과정입니다.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는 또 하나의 삶입니다. 삶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듯이 신앙인다운 죽음을 맞이함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기를 미리 준비합시다.

끝으로, 본인이 늘 지니고 다니는 유언장을 공개하면서 부족한 글을 마칩니다.


유 언 장

1.감사의 뜻
나를 새 생명으로 인도하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에 무릎꿇어 감사와 경배를 드립니다. 그리고, 내 삶을 풍요롭게 해준 나의 가족과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영생으로 인도하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에 무릎을 꿇습니다.

2.유언
1) 내 시신은 이미 기증 약속한 경희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로 보내고, 1년 후 항아리로 받아 애도기간이 지난 후 아름다운 자연으로 뿌려 흙으로 돌아가게 해주오.
2) 3일 후에 내가 섬기던 교회에서 천국환송잔치를 기쁘게 드려주오.
3) Cyber Park Land에 나의 뜻, 아픔, 봉사, 헌신을 담아 기억하게 해주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아파하고 함께 눈물 흘리던 아름다운 삶을 살아간 주의 종이었습니다.”라는 묘비명을 넣어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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