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발과 새김질

2003.07.04 15:08

윤봉원 조회 수:914 추천:134

쪽발과 새김질

내가 시집 올 때 시어머님의 연세가 54세였다.

어머님은 “며느리 너와 내가 고생 좀 하자” 하시며 한 동안 일할 사람을 두지 않고 지내셨다.

그러다가 내가 연연 생으로 아이를 낳게 되니 어머님이 힘 드셔서 친척들이 와서 도와주다가 어떻게 사람을 구하여 같이 지내게 되었다. 내가 학교에 출근하고 나면 어머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시장에 있는 지물포에 가셔서 시아버님과 함께 장사를 하셨다.

어머님은 항상 단정하게 한복을 차려 입으시고 올림머리를 하셨다. 아이들이 어머님의 빈 젖을 빨거나 우유를 먹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손님들은 어머님과 아이들을 번갈아 보며

“막내 이요? 쌍둥이요?” 하고 묻는 다고 하였다.

아이들 유치원 다닐 때 찍은 사진을 보면 내 얼굴은 없다.

어머님이 아이들을 정답게 안고 찍은 사진을 보면 참 고우셨다.

그렇던 어머님께서 연세가 드시니까 다리가 아프고, 머리가 아프며 어지럽다고 하셔서 신경외과에 모시고 가서 CT촬영을 하고 검사를 받아 보았다. 다행히 아무 이상 없으며 연세에 비해 건강하시니 잘 잡수시고 신경 쓰시지 않으면 백세까지 장수 하시겠다고 하였다.

어릴 때 보니 친정 어머님이 막내 동생 낳고 젖이 잘 안 나오고 어지럽다고 하니까 할머님께서 돼지 족발을 푹 삶아 주시던 일이 생각났고, 시아버님께서도 어느 날 되지 족발을 사오셔서 푹 삶으라고 하시더니 이것이 어지름 증에 좋단다 하시며 맛있게 잡수시면서 나에게도 권하시던 일이 생각나서 어머님께 해 드렸다.

구미에 맞지 않은 반찬은 몸에 좋은 것이니 잡수시라고 말씀 드려도 안 잡숫는 데 돼지 족발로 한 곰은 한 삼 년 째 계속 잘 드신다.

레위기 11장 7~8절

“돼지는 굽이 갈라져 쪽발이로되 새김질을 못하므로 너희에게 부정하니 너희는 이 고기를 먹지 말고 그 주검도 만지지 말라. 이것들은 너희에게 부정하니라” 는 말씀이 있다.

이 말씀은 하나님께서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는 말씀을 이루시기 위하여 정결한 음식과 부정한 음식을 구분하셔서 말씀 하셨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선택하셨다는 상징이었다.

신약교회 성도들은 이 규례에서 세상과 짝하지 않고 ‘정결한 삶’을 살아야 된다는 것을 뜻한다.

‘정결한 삶’ 은 음식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므로 예수님께서도 마가복음 7:18에 “밖에서 들어 가는 것이 능히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며” 라고 말씀하셨다.

고린도전서 10장에는 시장에서 파는 것은 양심을 위하여 묻지 말고 먹되 누가 이것이 제물이라 하거든 알게 한 자와 및 양심을 위하여 먹지 말고,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 하셨다.

오늘도 시장에서 사 온 돼지 족발을 깨끗이 씻어 생강 두 쪽을 넣고 곰을 하면서 어머님이 잘 드시고 주일 예배에 함께 참여케 하신 하나님께 감사 드리며 마치 쪽발로 걸어 가듯이 세상이냐, 하나님이냐를 구별하여 날마다 받은 바 하나님의 말씀을 새김질하며 거룩한 삶을 살아 갈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 드린다.

1999. 11. 8. 진해 충 무 동 교회 이 정민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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