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없이 사는 기술

2007.07.11 22:26

윤봉원 조회 수:1882 추천:151


  
▲ 유성용·여행가 1년 반 동안 설산(雪山)들이 범람하는 세상의 끝자락을 타박거리다 돌아왔을 때, 서울이라는 이 도시가 내게도 잠시 낯설게 느껴졌다. 그 사이 격조했던 이들을 만나느라 한동안 술자리가 잦았다. 대개는 여행 중에 어디가 좋았냐고 물어왔다. 내가 딱히 대답을 안 하고 있으면 다들 제 생활의 팍팍한 사정들을 먼저 한탄하곤 했다. 술기운이 좀 그윽해질 즈음이면 나는 으레 사랑 이야기들을 듣고 있었다. 짝짜꿍 연애 중이거나 불륜의 사랑에 홍역을 앓고 있거나, 혹은 지나간 옛사랑의 그림자에 아직 아파하고 있거나, 심지어는 지금은 아무런 사랑도 하고 있지 않다며 사랑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다니는 다양한 신기종의 휴대폰들만큼이나 그들의 사랑도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사랑은 이미 이 도시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휴대용 종교가 되었거나, 혹은 그 무슨 생존전략 같다. 어쩔 수 없는 세속의 조건을 운운하며 월화수목금 열심히 남의 골을 빼먹는 이들마저도 때때로 술 마시고 진지해져서는, 한없이 순수한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는가. 세상이 세속화될수록 사랑은 오히려 더욱 동떨어진 허공에서 거대한 뻥튀기 구름처럼 부풀어 그 모든 세속성을 다 감당하고 있다는 듯 사기를 치고 있었다.

이제는 우리들 말고 사랑이 몸소 세상 밖으로 여행을 떠나야 될 때가 온 게 아닐까? 그간 이 세속의 뒤꼍을 감당하느라 고달프셨던 ‘사랑’씨는 조금 때가 늦은 듯하지만 지금에라도 낯선 길 위에 서서 도대체 자기가 누구인지 진중하게 물어야 할 것이고, 이곳에 남은 우리들은 제 생활 속에서 ‘사랑 없이 사는 기술’의 기미라도 찾아 나서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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