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보다 더 참혹한 '뉴올리언스'

2005.09.04 22:25

윤봉원 조회 수:1742 추천:223

바그다드보다 더 참혹한 '뉴올리언스'

뉴올리언스=연합뉴스




부서진 건물, 검은 연기, 약탈, 주유소 앞의 장사진, 무장 군인, 헬기의 굉음, 흩어진 시신들...
2003년 4월 후세인 정권 몰락 직후의 바그다드와 2005년 9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닮은 점이다.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고 사흘뒤 도착한 바그다드에선 여기저기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건물들이 파괴되고, 약탈자들이 거리를 누볐다. 무장군인들이 장악한 도시 상공엔 헬기들이 굉음을 내며 날아다니고 주유소 앞에는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거리에 나뒹구는 시신들이 악취를 내뿜으며 그대로 썩어갔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를 할퀴고 지나간지 벌써 1주일이 가까워 오지만 3일(현지시간) 온종일 둘러본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모습은 2년 반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와 너무나도 흡사했다.

뉴올리언스의 건물들은 폭격맞은듯 부서졌고, 도시 곳곳에선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약탈자들이 무법천지를 이루고 있다.

뉴올리언스는 물론이고 주도인 배턴 루지의 주유소들까지 기름이 떨어져 자동차들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무장군인들이 투입돼 시내를 장악했다. 시신들이 곳곳에 즐비하고, 시내 상공에는 각양각색의 헬기들이 굉음을 울리며 오가는 것까지 똑같다.

미군의 집중 폭격을 받고 점령당한 바그다드와 뉴올리언스 중 어느 쪽이 더 처참할까. 뉴올리언스의 모습이 단연 더 참혹하다.

부서진 바그다드의 건물들은 정밀 포격을 받은 군사 목표물들에 국한됐다.

그러나 뉴올리언스의 건물들은 집이나, 사무실, 상가 할 것 없이 온전한게 거의 없다. 지붕이 날아가고, 천장이 무너지고, 벽이 뜯겨져나간 건물들이 아직도 물에 잠긴채 흉물스럽게 서 있는게 뉴올리언스의 지금 모습이다. 바그다드에서도 전봇대가 더러 쓰러지기는 했지만 뉴올리언스에서처럼 성한 전선과 전봇대가 거의 없고, 가로수까지 뿌리째 뽑히지는 않았다.

검은 연기는 여전히 치솟아 오른다. 바그다드에선 공습을 교란하기 위해 불태운 타이어 연기가 많았지만 뉴올리언스의 연기는 보다 강력한 폭발에 의한 것들이다.

주유소 앞에 늘어선 자동차들의 길이는 바그다드가 훨씬 길었다. 그러나 뉴올리언스 주유소의 대부분은 아예 파괴돼 장사를 할 수 없고, 도시를 오가는 자동차도 거의 없다. 기름을 물처럼 쓰는 나라 미국의 주도(州都)에서 휘발유가 동나 자동차들이 장사진을 친다는건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약탈은 바그다드에서 보다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값나가는 물건은 무엇이든 훔쳐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거리를 메웠다. 그러나 뉴올리언스에서처럼 약탈자들이 총질까지 하지는 않았다. 뉴올리언스엔 약탈자들에 대한 발포명령이 내려졌고, 도심 상가는 무장군인과 사설 무장경비원들이 지키고 있다.

헬기의 굉음도 뉴올리언스에서 더 크게 들린다. 수 천, 수 만 명이나 되는 수몰지역 주민들을 구조해내려는 헬기들이 하늘을 끊임없이 맴돌고 있다. 하늘 뿐 아니라 침수지역을 떠다니는 구조용 모터보트 소리까지 요란하다.

시신들의 숫자는 비교가 안될 정도다. 바그다드에서도 수많은 사상자가 났지만 지금 뉴올리언스의 침수지역에선 시신들이 둥둥 떠다닌다. 수 천, 수 만 명이란 사망자 숫자는 이라크전 때 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당국은 인명구조에 진력하느라 시신 수습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형편이다.

세계 최대의 강대국이자 문명국임을 자처하는 미국 한 도시의 모습이 타도의 대상으로 삼았던 이라크 바그다드의 광경을 그대로 닮았다는 것, 그보다 더 못하다는건 미국인들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뉴올리언스의 몰골은 미국이 해방의 대상으로 삼았던 바그다드의 모습과 너무나 닮았고, 그보다 더 못하다는걸 부인하긴 어려울 것 같다.

미국인들이 뉴올리언스의 참혹한 모습에 참을 수 없이 분노하는 것도 이 도시를 초강대국 미국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국민적 치부로 여기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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