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2010.09.12 16:38

이정민 조회 수:1203 추천:152


<어린왕자> 앙투안 마리 로제드 생텍쥐페리 지음    출판사 : (주) 문학 동네.
“여섯 살 적에 『실제로 겪은 이야기』라고 하는, 원시림에 관한 어떤 책에서 맹수를 꿀꺽 집어삼키는 보아구렁이를 본 적이 있다. 그 책에는 “보아구렁이는 먹이를 씹지도 않고 통째로 집어삼킨다. 그러고는 더 이상 꼼짝도 하지 못한 채 여섯 달 동안 잠만 자며 먹이를 소화 시킨다.”는 이야기를 읽고 그림을 그렸다. 그림 제1호를 어른들에게 보여주며 무서우냐고 물으니 ‘모자가 뭐가 무서워?’라고 어른들은 대답했다. 모자를 그린 게 아니었다. 그것은 코끼리를 삼키고서 소화시키는 보아구렁이를 그린 것이다.
그래서 어른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보아구렁이의 뱃속을 그렸다. 어른들은 언제나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그림 제2호를 본 어른들은 속이 보이건 안 보이건 간에 보아구렁이 그림 따위는 집어치우고 차라리 지리, 역사, 산수, 문법이나 열심히 공부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충고해주었다. 내 그림 제1호와 제2호가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 때문에 낙담하고 만 것이었다.
어른들은 언제나 스스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어린이들로서는 그들에게 매번 설명을 하고 또 해야 하니 피곤한 노릇이다. 그래서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 나는 비행기 조종하는 법을 배웠다. 여러 곳을 다니며 살아오는 동안 어른들 중 좀 똑똑해 보이는 이를 만날 때면 나는 늘 간직하고 있던 내 그림 제1호를 가지고 그 사람을 시험해보곤 했다.
정말이지 이 사람이 무엇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으레 “모자구나.”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보아구렁이니 원시림이니 별이니 하는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도 않고 그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얘기만 했다. 브리지 게임이니 골프니 정치니 넥타이니 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 어른은 나같이 제대로 된 사람을 알게 된 것을 몹시 흐뭇하게 여겼다.

그래서 나는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만한 상대도 없이 홀로 지내왔는데, 육년 전  어느 날 사하라 사막에서 비행기 고장을 만나게 되었다. 비행기 엔진의 어딘가가 파손된 것이다. 정비사도 없이 승객도 없이 혼자였으므로 혼자 그 어려운 수리를 한다는 것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마실 물이 일주일분밖에 없다.  첫날 밤,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뗏목을 타고 표류하는 난파자보다도 훨씬 더 고립된 신세였다.  그러니 해가 뜰 무렵, 어떤 기이한 목소리에 잠이 깬 내가 얼마나 놀랐을지 여러분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목소리는 말했다.
“저기 ... 나 양 한 마리만 그려줘.”
“응?” “나 양 한 마리만 그려줘.”
나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후닥닥 일어나 눈을 비비고 주위를 살펴보니 이상하게 생긴 조그만 아이가 나를 심각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 아이는 길을 잃은 것 같지도 않았고, 피곤해서, 배고파서, 목말라서, 무서워 죽겠다는 표정도 아니었다.  나는 어린 왕자가 살다 온 별이 소혹성B612호 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다분히 설명된 앞부분에서 작가는 어린 왕자와의 이야기를 통하여 눈으로 보는 것이 전부인양 아는 어른들의 고정관념은 상호의사 소통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꿈을 접게 하여 먹고, 입고, 잠 잘 수 있는 집을 장만하는 것에만 전 생애를 투자하는 답답한 삶이라는 것을 설파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외롭다. 청소년들도 외롭다. 꿈이 없는 사람은 외롭다.
창조주 하나님의 지으신 모든 아름다운 자연과 밤하늘에 수놓은 별들을 바라보자.
풍성하신 하나님의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고, 마음을 열고 이야기 하자.
꽃과 나비와 벌들과 태풍과 국지성 호우까지도......

2010.9.11. 이 정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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