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도문의 '대개'에 대해서

2005.10.13 10:29

윤봉원 조회 수:2016 추천:152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마태복음 6장 13절 하반부)
이 귀절에서 "대개"에 해당되는 헬라어 원어는 "호티"입니다. 이 말은 종종 '왜냐하면' 으로 번역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영어번역본에서는 이 귀절을 이유의 뜻을 나타내는 'for' 로 옮겼지요. "For thine is the Kingdom, power..."
문자 그대로 번역해서 '왜냐하면'으로 번역하면, 한글판 개역성경이 나왔을 당시의 어법에 맞지 않습니다. 아마도 개역성경에서 "왜냐하면"이란 말을 쓴 경우를 보신 적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번역자들이 이 번역하기에 까다로운 '호티'를 '대개'라는 한자어로 옮긴 것 같습니다. 한자에서 '大槪' 는 이유를 나타내는 용법도 흔치는 않지만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호티'는 뚜렷한 이유를 나타내는 단어가 아닙니다. 고전 헬라어에서 이유를 나타낼 때 '호티'보다는 '디아 투토'나 '나 '가르'같은 말을 더 많이 씁니다.
사실 '호티'는 사실 영어의 접속사 "that" 과 가장 비슷한 뜻입니다. 이 단어를 번역할 때 영어로는 that이라고 하면 잘 해결되지만 한국말로는 그 뜻을 명확히 밝히기 어렵습니다. I think that you are right"이라는 영문이 있을 때 우리말로 번역할 때 "나는 네가 옳다고 생각한다"라고 되고 that은 잘 드러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또 하나, 요즘 NIV라든지, NRSV, NASB 또는 국제성서공회에서 나온 Good News Bible 같은 최신 영어 번역본에서는 아예 이 귀절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최근의 성경사본 연구에서 가장 초기의 사본에서 이 귀절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입니다. 즉 가장 신빙성이 있고 오래된 초기의 사본에 이 귀절이 나오지 않고 다만 후기 사본에 이 귀절이 등장하는 것입니다. 좀 어렵지요?
그러나 킹제임스 성경을 비롯한 루터번역본, 또 대부분의 유럽언어 번역본에는 이 귀절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것은 최근의 사본연구가 발달하기 전에 그 번역본들이 나왔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 귀절은 오랫동안 교회에서 사용해왔고 기도문의 전체구조에서 너무나 잘 어울리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무방하다고 대부분의 성경학자들은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결론을 내리자면, 대개에 해당하는 헬라어 호티를 요즘의 우리말로 번역할 때 생략해도 전혀 무방하다고 생각됩니다. 성경에는 '왜냐하면'이라는 뜻의 단어가 굉장히 빈번하게 사용되는데, 일일히 다 '왜냐하면'으로 번역하면 우리말로는 너무나 어색하기 때문에 이미 개역성경의 수백 구절에서 '왜냐하면'으로 일일히 해석하지 않았기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호티'라는 말은 '왜냐하면'의 뜻도 강하지 않습니다.

* 윤봉원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0-13 10:30)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62 원망, 또 원망(출 16:1–21) 윤봉원목사 2021.09.17 22
661 십자가만 자랑하는 새 창조의 복음(갈 6:11-18) 윤봉원목사 2021.09.14 24
660 2015년 11월 29일 주일오전예배 최영진 2015.12.13 26
659 율법의 쓸모와 믿음/ 갈 3:19-29 윤봉원목사 2021.09.07 26
658 쓴 물을 단 물로/ 출 15:22-27 윤봉원목사 2021.09.16 26
657 2015년 11월 15일 주일오후예배 최영진 2015.12.13 27
656 자유의 자녀가 되게 하는 복음/ 갈 4:21-31 윤봉원목사 2021.09.10 27
655 하나님이 하신 일/ 출 18:1-12 윤봉원목사 2021.09.20 27
654 하루 중 첫 시간 새벽예배 시간에 할 일 file 윤봉원목사 2021.10.07 27
653 제사장의 옷 2/출 28:15-43 file 윤봉원목사 2021.10.08 27
652 2015년 10월 11일 주일오전예배 최영진 2015.11.01 28
651 심판하시는 하나님(사 63:1-14) 윤봉원목사 2021.08.12 28
650 오직 그리스도의 복음만(갈 1:1-10)​ 윤봉원목사 2021.09.01 28
649 상해에 관한 율례(출 21:12-36) 윤봉원목사 2021.09.28 28
648 앞서 보내리라/출 23:20-33 윤봉원목사 2021.10.01 28
647 참 성전과 참 예배/ 사 66:1-14 윤봉원목사 2021.08.16 29
646 함께하시는 하나님(시 68:1-18) 윤봉원목사 2021.08.24 29
645 하나님의 개선 행렬(시 68:19-35) 윤봉원목사 2021.08.25 29
644 신실하신 하나님을 신실하게/ 시 71:17-24 윤봉원목사 2021.08.30 29
643 2015년 11월 15일 주일오전예배 최영진 2015.12.13 3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