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에서 말하는 '마음'

2006.11.22 09:12

윤봉원 조회 수:3686 추천:103

주제: 잠언에서 말하는 '마음'

                                                                          (발제: 박원택, 박철효)

1. 서 론
잠언에서 ‘마음’이라고 번역된 히브리어 단어는 주로 ‘레브’(בל)이며, 드물게는 ‘레바브’(בבל)와 레브의 여성형인 ‘리바’(הבל)도 마음으로 번역할 수 있는 단어이다. 잠언에서 레브는 93회 나타나며, 리바는 4회(15:11; 17:3; 21:2; 24:12) 그리고 레바브는 2회(4:21; 6:25) 나타난다.
본고는 잠언 10-31장에 나오는 ‘마음’이라는 단어들의 용례를 중심으로, 그 단어들이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고, 또한 어떤 교훈을 주고 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2. 본 론
(1) 감정을 담고 있는 마음

[잠12:25]근심이 사람의 마음에 있으면 그것으로 번뇌케 하나 선한 말은 그것을 즐겁게 하느니라
[잠13:12]소망이 더디 이루게 되면 그것이 마음을 상하게 하나니 소원이 이루는 것은 곧 생명나무니라
[잠14:10]마음의 고통은 자기가 알고 마음의 즐거움도 타인이 참여하지 못하느니라
[잠14:13]웃을 때에도 마음에 슬픔이 있고 즐거움의 끝에도 근심이 있느니라
[잠14:30]마음의 화평은 육신의 생명이나 시기는 뼈의 썩음이니라
[잠15:4]온량한 혀는 곧 생명나무라도 패려한 혀는 마음을 상하게 하느니라
[잠15:13]마음의 즐거움은 얼굴을 빛나게 하여도 마음의 근심은 심령을 상하게 하느니라
[잠15:15]고난받는 자는 그 날이 다 험악하나 마음이 즐거운 자는 항상 잔치하느니라
[잠15:30]눈의 밝은 것은 마음을 기쁘게 하고 좋은 기별은 뼈를 윤택하게 하느니라
[잠17:22]마음의 즐거움은 양약이라도 심령의 근심은 뼈로 마르게 하느니라
[잠19:18]네가 네 아들에게 소망이 있은즉 그를 징계하고 죽일 마음은 두지 말지니라
[잠24:17]네 원수가 넘어질 때에 즐거워하지 말며 그가 엎드러질 때에 마음에 기뻐하지 말라
[잠25:20]마음이 상한 자에게 노래하는 것은 추운 날에 옷을 벗음 같고 소다 위에 초를 부음 같으니라
[잠27:9]기름과 향이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나니 친구의 충성된 권고가 이와 같이 아름다우니라
[잠27:11]내 아들아 지혜를 얻고 내 마음을 기쁘게 하라 그리하면 나를 비방하는 자에게 내가 대답할 수 있겠노라
[잠29:17]네 자식을 징계하라 그리하면 그가 너를 평안하게 하겠고 또 네 마음에 기쁨을 주리라

기쁨과 슬픔, 근심, 고통, 절망 등과 같은 인간의 감정이 표현되고 있는 곳이 ‘마음’이라고 잠언에서는 소개한다. 이런 의미에서 잠언에 나오는 마음은 매우 다양한 인간의 감정이 들어 있는 곳이다.
마음의 고통과 근심, 시기는 육신의 고통보다 더 사람을 상하게 만든다고 한다. 지혜자는 마음의 시기로 인해 뼈가 썩게 되고(14:30), 근심이 사람 마음에 있으며 머리를 어지럽힌다고 한다(12:25), 또한 마음의 고통은 다른 사람과 그 고통을 나누기에는 너무도 힘들기에(14:10), 결국 사람의 마음을 세밀하게 알고 계시는 하나님(21:2)과 고통을 나눌 수밖에 없음을 암시한다.
지혜자는 마음이 즐겁고 화평한 것이 ‘사람의 얼굴을 빛나게 하고’(15:13), 건강에도 도움이 되며(17:22), ‘육신의 생명’(14:30)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좋은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즐거워하지 말아야 할 때도 있음을 알려 주고 있다. 곧 원수가 넘어졌을 때에 기뻐하지 말라고 충고한다(24:17). 그래서 사람은 자신의 마음에 있는 감정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인간의 마음에는 감정만 있는 것이 아니라 판단력과 의지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원수가 엎드러질 때 기뻐하는 우리의 모습에 여호와께서 진노를 내리실 수도 있음을 잠언은 알려주고 있다(24:18). 여기서 우리는 오직 하나님만이 인간의 내면 깊숙이 숨어 있는 마음(감정)을 정확히 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2) 이성을 담고 있는 마음

[잠10:8]마음이 지혜로운 자는 명령을 받거니와 입이 미련한 자는 패망하리라
[잠12:23]슬기로운 자는 지식을 감추어 두어도 미련한 자의 마음은 미련한 것을 전파하느니라
[잠14:33]지혜는 명철한 자의 마음에 머물거니와 미련한 자의 속에 있는 것은 나타나느니라
[잠15:7]지혜로운 자의 입술은 지식을 전파하여도 미련한 자의 마음은 정함이 없느니라
[잠15:14]명철한 자의 마음은 지식을 요구하고 미련한 자의 입은 미련한 것을 즐기느니라
[잠15:28]의인의 마음은 대답할 말을 깊이 생각하여도 악인의 입은 악을 쏟느니라
[잠16:21]마음이 지혜로운 자가 명철하다 일컬음을 받고 입이 선한 자가 남의 학식을 더하게 하느니라
[잠16:23]지혜로운 자의 마음은 그 입을 슬기롭게 하고 또 그 입술에 지식을 더하느니라
[잠18:15]명철한 자의 마음은 지식을 얻고 지혜로운 자의 귀는 지식을 구하느니라
[잠20:5]사람의 마음에 있는 모략은 깊은 물 같으니라 그럴지라도 명철한 사람은 그것을 길어 내느니라
[잠23:15]내 아들아 만일 네 마음이 지혜로우면 나 곧 내 마음이 즐겁겠고

히브리인들은 사람의 마음에 감정과 이성이 함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들은 사람의 마음에는 감정도 있지만, 지식을 받아들여 판단하고 사고하는 기능도 있다고 믿었다. 이런 점에서, 지혜를 강조하는 잠언에서는 마음의 이성적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잠언에서 ‘무지’(6:32) 혹은 ‘지혜 없는 자’(7:7; 9:4, 16; 10:13, 21; 17:18; 24:30)로 번역된 히브리어 구절은 ‘하사르 레브’ (בל רסה)인데, 그 뜻을 직역하면 ‘마음이 부족한 것’이 된다. 즉 ‘지혜가 없다’는 것은 ‘마음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듯 마음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지혜를 강조하는 잠언의 지혜자는 이처럼 ‘마음의 이성적 기능’을 부각시키고 있다.
마음의 이성적 기능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사람에게는 감각의 대표적 기관인 눈과 귀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통해 들어 온 지혜와 지식을 마음은 판별하고 저장한다(2:2, 10). 그래서 잠언에서는 “마음 판에 새기라”(3:3; 6:21; 7:3)는 구절이 반복되고 있다. 이것은 지식과 지혜를 저장하는 마음의 이성적 기능을 나타내는 구절이지만, 단순히 저장한다는 차원을 넘어서서 하나님의 법과 명령을 명심하고 수시로 생각나게 하는 마음의 기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의 이성적 기능 가운데 중요한 것은 깊이 사고하고(15:28), 마음을 지혜로 가득 채우는 역할이다(10:8; 16:21; 18:15). 이성적인 능력 역시 마음 속의 일에 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 마음에 지혜가 있으면 가르치는 자가 즐겁고(23:15), 그 입은 슬기로운 말을 하게 되며(16:23), 그 마음은 더욱 지혜와 지식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15:24 참고).

(3) 의지를 담고 있는 마음

[잠17:3]도가니는 은을, 풀무는 금을 연단하거니와 여호와는 마음을 연단하시느니라
[잠22:15]아이의 마음에는 미련한 것이 얽혔으나 징계하는 채찍이 이를 멀리 쫓아내리라
[잠22:17]너는 귀를 기울여 지혜 있는 자의 말씀을 들으며 내 지식에 마음을 둘지어다
[잠23:19]내 아들아 너는 듣고 지혜를 얻어 네 마음을 정로로 인도할지니라
[잠23:26]내 아들아 네 마음을 내게 주며 네 눈으로 내 길을 즐거워할지어다
[잠23:33]또 네 눈에는 괴이한 것이 보일 것이요 네 마음은 망령된 것을 발할 것이며

사람의 마음은 여러 가지 요소로부터 영향을 받게 되거나 또는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마음은 유혹을 받기도 하고(6:25; 7:25) 죄인의 형통을 부러워하기도 한다(23:17). 술을 많이 마시면 마음은 통제력을 잃게 되고 말에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23:33). 그러므로 지혜자는 마음을 지킬 것을 권유한다(4:23).
그런데 이 마음을 지키려면, 지혜를 얻어 자신의 마음을 언제나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고 애쓰는 노력이 필요하다(22:17; 23:19). 이때 사람의 마음이 미련해지면 채찍이 효력을 발휘한다고 충고하는 지혜자는, 아이들의 미련한 마음을 벗기는 데는 채찍이 좋은 약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22:15).
물론, 사람의 마음을 훈련시키고 마음을 유혹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우리 하나님께서도 관심을 가지시고 사람의 마음을 연단시키신다.
“도가니는 은을 풀무는 금을 연단하거니와, 여호와는 마음을 연단하시느니라”(17:3).
이러한 마음의 중요한 기능은 바로 의지로 결단하는 것이다. 특별히 하나님의 명령과 법도를 순종하기로 결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아들아 네 마음을 내게 주며 네 눈으로 내 길을 즐거워할지어다”(23:26).
지혜자의 말이나 하나님의 명령을 수용하고 순종하는 길은 바로 인간의 마음(의지)을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라고 권하고 있다.

(4) 신앙을 담고 있는 마음

[잠10:20]의인의 혀는 천은과 같거니와 악인의 마음은 가치가 적으니라
[잠11:20]마음이 패려한 자는 여호와의 미움을 받아도 행위가 온전한 자는 그의 기뻐하심을 받느니라
[잠12:8]사람은 그 지혜대로 칭찬을 받으려니와 마음이 패려한 자는 멸시를 받으리라
[잠12:20]악을 꾀하는 자의 마음에는 궤휼이 있고 화평을 논하는 자에게는 희락이 있느니라
[잠14:14]마음이 패려한 자는 자기 행위로 보응이 만족하겠고 선한 사람도 자기의 행위로 그러하리라
[잠15:11]음부와 유명도 여호와의 앞에 드러나거든 하물며 인생의 마음이리요
[잠16:1]마음의 경영은 사람에게 있어도 말의 응답은 여호와께로서 나느니라
[잠16:5]무릇 마음이 교만한 자를 여호와께서 미워하시나니 피차 손을 잡을지라도 벌을 면치 못하리라
[잠16:9]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
[잠17:20]마음이 사특한 자는 복을 얻지 못하고 혀가 패역한 자는 재앙에 빠지느니라
[잠18:12]사람의 마음의 교만은 멸망의 선봉이요 겸손은 존귀의 앞잡이니라
[잠19:3]사람이 미련하므로 자기 길을 굽게 하고 마음으로 여호와를 원망하느니라
[잠19:21]사람의 마음에는 많은 계획이 있어도 오직 여호와의 뜻이 완전히 서리라
[잠20:9]내가 내 마음을 정하게 하였다 내 죄를 깨끗하게 하였다 할 자가 누구뇨
[잠21:4]눈이 높은 것과 마음이 교만한 것과 악인의 형통한 것은 다 죄니라
[잠22:11]마음의 정결을 사모하는 자의 입술에는 덕이 있으므로 임금이 그의 친구가 되느니라
[잠23:17]네 마음으로 죄인의 형통을 부러워하지 말고 항상 여호와를 경외하라
[잠24:2]그들의 마음은 강포를 품고 그 입술은 잔해를 말함이니라
[잠24:12]네가 말하기를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하였노라 할지라도 마음을 저울질하시는 이가 어찌 통찰하지 못하시겠으며 네 영혼을 지키시는 이가 어찌 알지 못하시겠느냐 그가 각 사람의 행위대로 보응하시리라
[잠26:23]온유한 입술에 악한 마음은 낮은 은을 입힌 토기니라
[잠26:25]그 말이 좋을지라도 믿지 말 것은 그 마음에 일곱 가지 가증한 것이 있음이라
[잠28:14]항상 경외하는 자는 복되거니와 마음을 강퍅하게 하는 자는 재앙에 빠지리라
[잠28:26]자기의 마음을 믿는 자는 미련한 자요 지혜롭게 행하는 자는 구원을 얻을 자니라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라는 말씀과 같이 하나님의 명령을 듣고 받아들이는 곳이 마음이라면, 분명 신앙의 자리는 마음인 것이다(19:21). 따라서 지혜자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의지하고 신뢰하기를 권한다.
잠언에서는 악인과 의인의 구분을 마음의 상태로 정하고 있는 듯하다. 악인의 마음은 ‘사특한 마음’(17:20), ‘강포한 마음’(24:2), ‘가증한 마음’(26:25), ‘강퍅한 마음’(28:14), ‘마음이 패려한 자’(11:20; 12:8; 14:14)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 마음은 악한 것을 계획하는 장소요(6:14, 18 참고),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한다(19:3).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악한 마음을 미워하시는데(11:20; 16:5), 그것들이 모두 하나님과 관련 - 신앙적인 면 - 이 되어 있음이 주목할 만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간의 마음은 유혹에 약하며 통제력을 잃기 쉽다. 그러므로 인간의 마음만을 의지하는 사람은 미련한 사람이요, 지혜로운 사람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28:26). 이와 같은 인간의 한계를 깨달은 지혜자는 인간이 많은 계획을 세우지만, 결국 이루시는 분은 하나님이심을 고백한다(16:1, 9).
신앙적인 면과 관련하여, 잠언은 죄가 자리하는 곳이 사람의 마음이라고 한다. ‘마음이 교만한 것’이 죄라고 이야기하고(21:4), 마음의 정결을 사모하도록 권면하고 있다(22:11). 하지만 인간의 한계는 여기서도 발견된다. 사람은 때로 마음의 정결을 사모하지만,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죄를 씻지 못하는 한계가 바로 그것이다.
“내가 내 마음을 정하게 하였다 내 죄를 깨끗하게 하였다 할 자가 누구뇨”(20:9).
지혜자는 인간의 마음이 지혜를 들을 수 있고, 또한  지혜로운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다 - 훈계와 교육을 통해 - 는 긍정적인 눈으로 인간의 가능성을 보지만, 인간의 한계(죄문제)를 도외시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인간의 죄는 하나님께서 용서의 은혜를 베풀어주시지 아니하면,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대전제를 바탕으로 지혜자는 지혜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3. 결 론
본고를 통해, 잠언에 나타나는 인간의 마음에는 감정과 이성 그리고 의지가 담겨 있고, 또한 여호와 하나님과 연관된 신앙이 담겨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잠언의 지혜자는 이런 인간의 마음을 보면서, 지혜자의 훈계를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사람의 마음을 인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시각은 한계가 있는 인간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고, 반드시 하나님의 인도와 도우심, 연단을 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래서 아무도 각 사람의 마음의 고통과 기쁨에 참여할 수 없지만, 오직 하나님만은 마음의 세밀한 것까지 알고 계시기에, 하나님 앞에 마음을 열고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일 것을 가르친다. 마음 판에 새긴 하나님의 말씀이 있을 때, 그리고 그 하나님을 믿고 신뢰할 때, 그 마음을 지킬 수 있고, 지혜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윤봉원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11-2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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