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본의 탄생(구약)

2008.04.04 06:40

윤봉원 조회 수:1751 추천:109

[성경으로 돌아가자―성경대탐구] (제1편) 사본의 탄생(구약) ① 3400년전 원본의 흔적 사본속에 엿보여  

성경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성경 원본은 지금부터 3400여년 전에 시작됐다고 한다. 하지만 원본은 오간 데 없고 원본을 베껴 적은 필사본만이 존재한다. 사본은 구약의 경우 사해 사본과 알렙포 코덱스, 레닌그라드 사본 등 전질로 된 것은 3개지만 신약은 무려 5000여개가 존재한다. 사본은 지금도 어디에선가 발굴되고 있다. 궁금한 성경의 비밀을 밝혀가며 성경의 지혜를 찾아나가는 '성경대탐구'를 2008년 연중기획으로 마련했다.

구약은 BC 1400년부터 BC 430년까지 무려 1000년에 걸쳐 '여호와의 입'인 선지자들에 의해 기록됐다(출 7:1∼2,민 22:18, 신 18:18∼22). 신약은 4복음서가 AD 50∼70년, 요한 계시록이 AD 95∼96년에 완성됐기 때문에 짧게 잡으면 35년, 길게 보면 46년 동안에 걸쳐 씌어졌으나 요한계시록이 완성됐을 때까지를 통상 100여년으로 보고 있다. 구약이 완성되고 신·구약 중간기를 거쳐 신약이 완성되기까지 대략 1500년이 걸린 셈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완벽한 사본은 쿰란에서 발견된 '사해 사본'이다. 이는 BC 2세기부터 AD 1세기에 걸쳐 씌어졌다. 물론 사해 사본보다 앞서 기록된 것들도 없지 않다. BC 7∼6세기에 기록된 것으로 보이는 예루살렘의 케텝힌놈 은(銀)두루마리 조각과 BC 2∼1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나시 파피루스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은두루마리 조각은 민수기 6장 24∼26절만, 나시 파피루스는 출애굽기 20장과 신명기 5장, 6장의 일부(셰마)만 기록된 것으로서 이들은 원본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기본적인 요소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사해 사본에 이어 철저히 유대교 전통의 맥을 이어온 마소라 사본이 AD 895년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모세 벤 아셰르의 카이로 예언서를 시작으로 1482년 리스본 사본에 이르기까지 모두 7개의 사본이 등장한다. 이 가운데 950년쯤에 기록된 영국박물관의 코덱스(Codex)는 현재 히브리대학에서 성서를 만들 때 참고하는 사본이다. 코덱스란 '편집된 혹은 제본된 책'을 말한다.

특히 마소라 사본 가운데 1008년에 필사된 레닌그라드 사본은 사본학적 측면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창세기부터 말라기까지 통째로 보존된 유일한 사본이기 때문이다. 레닌그라드 사본은 사해 사본이 생겨난 지 1100년이나 지난 시기에 필사된 것이지만 원문에 훨씬 더 가깝게 베껴졌다는 것이 사본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오래된 사본이 반드시 원본에 가깝게 필사된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대표적인 사본이라 할 수 있다. 원본을 놓고 '베끼는 전통'이 얼마나 정확했느냐에 따라 사본의 진가가 달라진다는 게 사본학자들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따지고 보면 서양 인쇄술의 창시자인 독일의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1455년에 찍어낸 구텐베르크성경도 비록 인쇄본이지만 마소라 사본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리스본 사본보다 30년 가까이 앞선 것이다.

이런 사본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살펴보면 구약의 경우 원본과 가장 오래된 사해사본과의 사이에는 무려 1200여년이란 세월의 틈이 발생한다. 이 장구한 세월 동안에 어떻게 원본이 고스란히 사본으로 필사됐을까에 대해 많은 이들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는 성서 내용 자체에 대한 번민이 아니다. '주석의 지식'이 아무리 깊다고 해도 성서가 어떻게 필사됐는지에 대한 문제를 꿰뚫어 보지 않는 한, '성서의 진정성'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원본이 존재했기 때문에 필사본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 원본 자체는 없지만 '원본의 흔적'은 찾을 수 있다는 게 사본학자들의 주장이다. 오경 중 모세가 시내산에서 받은 십계명은 돌판에 새겨졌다(출 34:28, 신 4:13). 성서 기록의 재료로는 돌판뿐만 아니라 점토판과 철필(렘 17:13,겔 4:1),석판과 끌(렘 17:1, 출 24:12, 신 27:2∼3,수 8:31∼32), 목판과 끌(사 8:1,합 2:2), 질그릇과 펜(욥 2:8), 파피루스(계 5:1), 동물 가죽인 피지(겔 9:2∼3,렘 8:8) 등이 동원됐다.

이런 재료를 분석해 볼 때, 원본 초기에는 돌판이나 점토에 기록했다가 이를 보관하기 힘들어 점차 파피루스쪽으로 옮긴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돌판에 새긴 증거로 김진섭(백석대 고대근동학) 교수는 저서 '구약 사본학의 원리'에서 아람어로 쓴 텔단 비문과 작카르 비문 등을 제시하고 있다. 텔단 비문은 BC 9세기에 다윗 왕가를 처음으로 언급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작카르 비문은 BC 8세기 초 하마스 왕 작카르가 이루워 신에게 헌사한 돌기둥 비문이다. 내용은 시편의 감사기도와 유사하다. 비록 모두 비성서적 내용을 담고 있지만 원본 초기의 흔적을 짐작할 수 있는 자료들이다.

다만 성서 저자로 등장하는 선지자들이 직접 기록했는지, 아니면 구술에 의해 대필했는지, 만약 직접 기록했다면 어느 부분을 썼으며 대필의 영역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 사실은 밝힐 수 없다는 게 사본학자들의 중론이다. 예컨대 한글은 집현전 학자들이 만들었지만 한글 창제자로 통상 집현전 학자들이 아닌 세종대왕을 들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남병곤 선임기자 nambgon@kmib.co.kr

◇도움말 주신 분들 △김근주 교수(웨스터민스터 신학대) △김상근 교수(연세대) △김진섭 교수(백석대) △김회권 교수(숭실대) △민영진 박사(전 대한성서공회 총무) △신현우 교수(웨스터민스터 신학대)

◇성서사본학이란

사본이란 주로 손으로 성서원문인 모본(母本)을 베껴쓴 본문을 말한다. 그런데 모본을 베끼는 과정, 즉 필사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필사는 주로 한사람이 모본을 보고 읽어주면 여러 사람이 이를 듣고 받아 적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따라서 잘못 듣거나, 잘못 보거나, 읽어준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히브리어 부정사 'lo'와 여격인 'lo(∼에게)'를 혼용하거나 후음인 헷(het)과 마찰음 카프(kaf)를 구별하지 못한 데서 발생한 아크(ah·형제)와 아크(akh·반드시)의 혼용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사본들 사이에 서로 차이가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본학이란 '최초의 완벽한 원본'이 가지고 있던 본문을 유추해 입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사라진 원본을 재구성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사본학을 위해 성서 원문에 쓰인 히브리어나 아람어 헬라어 등은 물론이고 심지어 그 언어의 방언에도 능통해야 하며 성서고고학, 성서지리학, 역사학 등의 지식이 요구된다. 그래서 신학의 영역 중에서도 사본학은 까다롭지만 신학의 백미로 꼽힌다.

◇마소라(massora)란

마소라는 '전통' 혹은 '말을 전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히브리어 마사르(masar)에서 나왔다. 구약의 본문을 전하기 위한 주해 체계다. 히브리어로 기록된 구약성서는 자음으로만 표기됐다. 따라서 일반 사람들은 히브리어 성서를 정확하게 읽을 수 없었기 때문에 소위 '읽기 전문가(바알 크리아)'가 성서를 읽어준 것이다. 읽기 전문가들은 성서 전체의 모음과 악센트를 다 암기하고 있었다.

이들에 대한 교육은 AD 7∼10세기에 바빌로니아와 팔레스틴의 유대인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히브리어 성서의 모음화 작업은 이보다 훨씬 앞선 AD 1∼2세기에 일단 완성된 형태를 갖추었으며 8세기쯤에는 모음 악센트 표기체계가 확립됐다. 그래서 마소라 사본이 처음 선뵌 시기도 이 체계가 확립된 후인 AD 895년부터다.

마소라 학자들은 철자가 일정하지 않거나 발음이 다르게 들리는 것에 대해서는 성서 본문 여백에 주를 달았다. 이를 '난외(欄外) 마소라'라고 불렀다. 또 성서 끝부분에 주를 알파벳 순서로 배열, 정리한 '권말 마소라'도 있다. 이렇게 완성된 성서 본문을 '마소라 본문'이라 칭했다. 이 거창한 작업을 해낸 학자들이 마소라 학자들이다. 이들의 공로로 현재 우리는 히브리어 성서를 좀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출처: http://www.kukinews.com/mission/article/view.asp?page=1&gCode=all&arcid=0920764604&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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