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조심

2003.06.05 12:56

윤봉원 조회 수:803 추천:126

말 조심

시아버님께서 낚시 가셨다가 잡아온 고기를 집에서 다루어 회를 먹을 때의 일이다.

나는 외출중이었고 어머님도 상점에 나가시려던 참이라 어머님께서 남편에게

“아범이 회를 쳐서 먹도록 하지.” 하시니 큰 딸이 듣고 호호 웃으며 “할머니가 아빠보고 회쳐먹으라 한다.” 하여 모두 한 바탕 웃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딸에게 “고기에 있는 비늘을 깨끗하게 치고 잘 다루어 먹으라는 뜻이며, 묵을 먹을 때도 텨 먹는 다는 말을 듣고, 엄마도 웃었단다.” 하며 설명을 해 줘도 이해가 잘 안되는지 계속 웃기만 했다. 오늘 양념장을 맛있게 하여 묵을 먹으니 큰 딸이 어릴 때 하던 말이 생각나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야고보서 3장 2절에 우리가 다 실수가 많으나 성내기도 더디하라”는 말씀을 묵상하니 말 조심 하는 게 쉬운 것 같으면서도 가장 어려운 말씀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남편은 성격이 과묵한 편이고 말이 적다.

나는 활달한 성격에 속하고 종알종알 말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결혼 초에 시댁에서 함께 살다보니 적응하는 데 힘들었고 갈등도 참 많았었다. 시부모님과 시동생 앞에서 싸울 수도 없고, 참는 것도 한도가 있어 참다 못한 나는 불만을 써서 남편 호주머니에 넣었다. 저녁에 퇴근하고 온 남편의 기색을 살펴보았다. 편지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아무 말이 없어 호주머니를 살펴보니 편지는 없었다. 그런 일이 몇 번있어도 말이 없어 나는 남편에게 밖에 나가자고 하여 탑산 쪽으로 걸어갔다. 가다 말고 나무 밑에 주저앉아 한참을 앉아 있는 남편에게 말좀하라고 해도 묵묵부답이라 할 수 없이 그냥 집에 왔었다.

하나님께서는 성격이 서로 다른 우리부부를 오랫동안 참으시고 지켜주셔서 서로 조화를 이루고 누구보다도 가장 가까운 동반자로서 좋은 대화를 나누게 하셨다.

그 때 왜 말을 안했느냐고 물으니 나무냄새가 향긋하고 너무 좋아서 그 신선한 공기를 마시니 피로도 다 풀리는 것 같고 성이 다 풀렸는데 쓸데없는 말을 해서 다툴 필요가 없었다고 하였다.

질그릇 같은 나에게 보배로운 믿음을 주신 하나님께서 오늘도 아들 문제로 마음이 답답해 찾아온 이웃에게 내 마음을 기울이게 하셨다. 그가 마음문을 열고 곤고한 형편을 말 할 때 잘 듣게 하셨다. 말을 들어만줘도 위로가 된 그에게 무엇보다 먼저 아들과 자부와 손자가 착하고 건강하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으니 감사 하며 감사 기도만 드리고 힘든 고비를 넘기시라고 하니 “우리 아들 착하죠? 그렇지요? 우리 며느리도 요즘은 내가 들어가면 인사도 잘 하고 어머님 커피 드릴 까요? 합니다.” 라고 아들과 자부의 자랑을 하더니 손자 자랑도 하며 환하게 웃었다. 밝은 얼굴로 나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나의 입에 찬송을 주시고 하나님 말씀으로 위로케 하신 주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 할렐루야!

1999. 11. 10. 진해 충 무 동 교회 이 정민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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