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조그마한 비닐 봉지에 찹쌀. 팥,조,수수, 땅콩, 호두를 담아 수북하게 진열해 놓고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옆에는 갖가지 나물들이 선을 보이고 있으며, 열심히 도라지 껍질을 벗기고 칼로 잘게 찢고 있는 할머님이 계신다.
요즘은 따뜻한 보온병과 보온 도시락이 있어서 밥이 많이 찹지 않으니 도라지 껍질을 벗긴 다음 잡숫는 밥 맛이 좋으신지 혼자서도 맛있게 잡숫는다.
집세 오가는 길에 보면 그 할머님은 일흔은 훨씬 더 되신 것 같고, 여든은 덜 되신 것 같으나 건강이 허락하시니 다행이다.
작은 체구에 목도리를 얼굴까지 오도록 두르시고 앉아서 매일 장사를 하시는 할머님은 일 재미에 여념이 없으신 것 같다. 어릴 때 보니 정월 대보름날 저녁때가 되면 집집마다 다니면서 장작을 거두어서 냇가로 갖고 가 각 동리별로 달집을 만들어 달이 올라올 때 불을 질러 태웠다. 불이 활활 타오르면 서로 함성을 지르며 우리 달집이 더 잘 탄다고 좋아하였다.
달집이 다 타고 불꽃이 거의 사드라들 때 쯤에 다리미에 숯을 담아서 콩을 볶아 먹기도 했는데 이렇게 하면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서로 숯을 담아가는 것을 보았다. 그때는 영양이 부실하고, 위생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고 좋은 약이 없어서 그랬던지 머리에 부스럼 난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았다.
달이 환하게 높이 떠 오르면 다리 밟기를 했다.
자기 나이대로 다리를 왕복으로 밟으면 건강하다고 하여 모두 나가서 다리를 왔다 갔다 하였는데 어린 우리는 나이가 적으니 금방 끝났지만 어른들은 오래까지 밟고 다니시느라고 그 이튿날은 모두 힘들어 하셨다. 집집이 장만한 나물과 오곡밥을 먹으며 풍년을 빌고, 가족들의 건강을 빌고, 소원을 비느라고 달을 보고 절을 하는 부인들도 있었고, 저 쪽에서는 멍석을 펴 놓고 윷놀이 하느라고 시끌벅적 하였다.
우리는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 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저기 저 달속에 / 계수나무 박혔으니/ 금도끼로 찍어 내어 /은도끼로 다듬어서/ 토가 삼간 집을 지어 /쳔년 만년 살고 지고 /천년 만년 살고 지고”
하며 노래를 부르고 유희를 하다가 강강수월래를 하였었다.
“하나님이 두 큰 광명을 밤을 주관하게 하시며 또 별들을 만드시고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창세기에 말씀 하셨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달을 보고 복을 빌며, 풍년을 빌며, 건강을 비는 이들이 없지 않으니 우리는 부지런히 복음을 전하고 창조주 하나님께서 생사화복의 근원이심을 널리 전파해야 된다.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 날은 날에게 말하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전하니 언어가 없고 들리는 소리도 없으나 그 소리가 온 땅에 통하고 그 말씀이 세계 끝까지 이르도다”
시편 19:1~4 아멘
1999. 2. 27. 이정민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