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환경에서도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붙들고 주님의 인도를 따라가면 놀라운 결과를 하나님께서 이뤄 주신다는 내용을 보고 은혜가 되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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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피아니스트 꿈꾸는 16세 김지은 양, 뉴욕 카네기홀 선다

베트남 이민, 소음 때문에 담요 덮고 연습… 미국서 오케스트라 지휘자에게 발탁… 내년 1월 8일 베트남국립오케스트라와 데뷔 무대

16세 앳된 모습의 소녀는 지난해 8월 꾼 꿈 이야기부터 했다.

“제가 긴 의자에 앉아 ‘선생님, 저는 피아노를 잘 친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인정해주지 않아요. 저를 무시해요’라고 눈물 콧물이 범벅인 채로 하소연을 하고 있더라고요. 인자한 모습의 그 선생님은 제 머리를 쓰다듬으며 ‘너 잘 쳐. 최고야’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순간 눈을 떴는데, 실제로도 얼마나 울었는지 베갯잇이 다 젖어있더라고요.”

꿈에서 만난 선생님의 부드러운 한마디에 소녀는 큰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힘을 내어 도전한 끝에 결국 해냈다.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피아노를 독학, 내년 1월 8일 미국 카네기홀에서 연주회를 갖는 김지은양은 “선생님은 바로 예수님이셨다”고 고백했다.

어릴 때부터 전문적인 음악기관에서 세계적인 스승에게 사사 받으며 성장해온 ‘엘리트 천재’와 달리 지은이에게 유일한 스승은 유튜브에 등장하는 피아니스트들이었다. 학벌이나 배경, 인맥을 초월해 ‘천상의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지은이를 최근 서울 홍익대 앞 연습실에서 만났다. 베트남에 살고 있는 지은이는 교회들 초청 순회 연주회를 위해 이달 초 귀국했다.

지은이는 초등학교를 마치고 할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따라 베트남으로 이민갈 때까지 피아노 학원에서 기본기를 닦았다. 어렸을 때 부모가 헤어져 할머니 밑에서 자란 지은이는 사업 때문에 바쁜 아버지를 대신해 피아노를 치며 놀았다.

막상 베트남에 간다고 하니 아버지와 같이 산다는 기대감보다 피아노를 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부터 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빠의 사업체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은이는 단칸방, 지하방을 전전했다. 음악학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외국인이라 받아주지 않았고, 피아노 학원이라도 가고 싶었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았다.

낯선 땅에서 지은이가 의지할 벗이라곤 작은아버지가 사준 낡은 피아노 한 대. 방음 시설이 제대로 됐을 리 만무한 단칸방에서 피아노를 쳤다. 주변에서 시끄럽다고 항의가 이어졌다. 어젠가는 옆집에서 망치로 벽을 두드려 금이 간 적도 있다. 두려운 마음에 피아노를 그만두려 했다. 아버지와 할머니는 “힘들면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자”고 손을 모았다.

지은이는 두꺼운 담요 두세 겹으로 피아노를 덮어 소리를 줄인 채 연습했다. 그래도 혼자 피아노를 친다는 건 힘들었다.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이내 힘이 빠졌다. 그럼 지은이가 하는 일은 ‘말씀 뽑기’. 3대째 신앙의 가문에서 자란 지은이가 난관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배운 것이다.

“아빠가 가르쳐주셨어요. 성경 구절이 적힌 여러 카드 중에서 하나를 뽑아요. 언제나 제가 처한 환경에 맞는 말씀이 주어집니다. 그걸 묵상하고 할머니, 아빠와 기도를 드렸습니다.”

우연히 곡의 배경을 알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지은이는 유튜브를 알게 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피아노 연주 장면을 찾아봤더니 유명 피아니스트들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지은이는 “유튜브가 마치 ‘보물창고’ 같았다”며 “오케스트라와 대가들의 연주, 나의 연주를 서로 비교해 들을 수 있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그렇게 지은이는 3년간 난해한 악보를 스스로 해결해가며 실력을 쌓았다. 틈틈이 중·고교 과정을 공부해 지난해 고입과 대입 검정고시도 패스했다. 자신의 어려운 환경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지은이는 주변의 모든 것을 ‘학교’라 생각하고 열심히 배웠다. 그렇게 스스로를 성장시켰다.

그러자 기회가 찾아왔다.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고 싶어 지난해 무작정 아버지와 함께 미국 뉴욕을 방문했다. 뉴욕의 한인교회에 가서 음대 유학생이나 관계자들을 만나 교수를 연결해 달라고 부탁할 심산이었다. 그러나 예약 없이는 만나기도 힘들고, 약속을 잡는 데만 3주 이상 걸린다는 거였다. 모든 걸 포기하고 돌아서려던 순간, 아버지는 링컨센터 구경이라도 하자며 지은이의 손을 끌었다.

“거기에서 한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만났습니다. 제 동영상을 보여드리고 실력 좀 봐달라고 했더니 ‘이 정도 실력이면 카네기홀에서 기립박수를 받을 수 있다’며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소녀에게 더 큰 비전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남들은 몇 년에 걸쳐 심사를 통과해야 설 수 있다는 카네기홀에 지은이는 4개월 만에 심사를 끝내고 지난 6월 계약에 성공했다. 당시 지은이의 연주 모습을 본 전 서울대 음대 학장 신수정 교수는 “어느 누구에게도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는데, 이 정도로 피아노를 칠 줄 아는 아이는 서울대 교수 생활 30년 동안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평했다.

지은이는 베트남국립오케스트라와 뉴욕 데뷔전을 치른다.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등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곡들을 외워 무대에 선다.

“저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신 예수님을 찬양하는 세계적인 연주자가 될 겁니다. 그래서 저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피아노를 치는 아이들을 도울 겁니다.” 다음달 14일 베트남으로 출국하는 지은이는 응원 기도를 해 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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