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간 소록도 봉사활동한 수녀

2010.06.19 12:02

이정민 조회 수:1102 추천:67


<43년간 소록도 봉사활동 한 수녀, 마가레트와 마리안 수녀 2명, 편지 한 장 남기고 홀연히 떠나>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에서 43년 동안 한센병(문둥병)환자를 보살펴 온 외국인 수녀 2명이 편지 한 장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소록도 주민들은 이별의 슬픔을 감추지 못한 채 일손을 놓고 성당에서 열흘째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소록도에서 평생을 환자와 함께 살아온 마리안(71), 마가레트(70)수녀가 고국인 오스트리아로 떠난 것은 지난달 21일 .
마리안 수녀는 1959년에, 마가레트 수녀는 1962년에 소록도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두 수녀는 장갑을 끼지 않은 채 상처에 약을 발라줬습니다. 또 외국인 의료진을 초청해 장애교정 수술을 해주고 나환자 자녀를 위한 영아원을 운영하는 등 보육과 자활정착사업에 헌신했습니다. 정부는 이들의 선행을 뒤늦게 알고 1972년 국민포장, 1996년 국민훈장모란장을 수여했습니다. 두 수녀는 이른 새벽 아무도 모르게 섬을 떠났습니다.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 란 편지 한 장만 남겼습니다. 이들은 편지에서 “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고 우리들이 있는 곳에 부담을 주기 전에 떠나야 한다. 동료들에게 이야기 했는데 이제 그 말을 실천할 때라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두 수녀님들은 또 “부족한 외국인으로서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 감사하며 저희들의 부족함으로 마음 아프게 해드렸던 일에 대해 이 편지로 용서를 빈다.”고 말했습니다. 오스트리아 간호학교를 나온 두 수녀는 소록도병원이 간호사를 원한다는 소식이 소속 수녀회에 전해지자 1962년과 66년 차례로 소록도에 왔습니다. 환자들이 말리는 데도 약을 꼼꼼히 발라야한다며 장갑도 끼지 않고 상처를 만졌습니다. 그 후엔 죽도 쑤고 과자도 구워 들고 마을을 돌았습니다. 사람들은 전라도 사투리에 한글까지 깨우친 두 수녀를 ‘할매’라고 불렀습니다.
꽃다운 20대는 수천 환자의 손과 발로 살아가며 일흔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숨어 어루만지는 손의 기적과 주님밖엔 누구에게도 얼굴을 알리지 않는 베풂이 참 베풂임을 믿었던 두 사람은 상이나 인터뷰를 번번이 물리쳤습니다. 10여 년 전 오스트리아정부 훈장은 주한 오스트리아대사가 섬까지 찾아와서야 줄 수 있었습니다. 병원 측이 마련한 회갑잔치마저 ‘기도하러 간다.’며 피했습니다. 두 수녀는 본국 수녀회가 보내오는 생활비까지 환자들 우유와 간식 비, 그리고 성한 몸이 돼 떠나는 사람들의 노자로 나눠줬습니다. 두 수녀의 귀향길엔..... 소록도에 올 때 가져왔던 해진 가방 한 개만 들려있었다고 합니다.
외로운 섬, 상처받은 사람들을 반세기 가깝게 위로한 두 수녀님의 사랑과 향기는 민들레 씨앗처럼 바람에 날려 어두운 곳을 밝히고 추운 세상을 덥혀 주리라고 믿습니다.
“처음 갔을 때 환자가 6,000명이었어요. 아이들도 200명 쯤 되었고, 약도 없고 돌봐 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한사람 한 사람 치료해 주려면 평생 이곳에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 두 분은 팔을 걷어붙이고, 환자들을 직접 치료하기 시작한 것이 40년이 된 것입니다.
할 일은 지천이었고, 돌봐야 할 사람은 끝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40년의 숨은 봉사....
이렇게 정성을 쏟은 소록도는 이제 많이 좋아져서, 환자도 600명 정도로 크게 줄었답니다.
누군가에게 알려질 까봐, 요란한 송별식이 될까봐 조용히 떠나갔습니다.
두 분은 배를 타고 떠나던 날, 멀어지는 섬과 사람들을 멀리서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고 했습니다.
20대부터 40년을 살았던 소록도였기에, 소록도가 그들에게는 고향과 같았기에, 이제 돌아가 고향 오스트리아는 도리어 낯선 땅이 되었지만, 3평 남짓 방 한 칸에 살면서 방을 온통 한국의 장식품으로 꾸며놓고 오늘도 ‘소록도의 꿈’을 꾼다고 했습니다. 그분의 방문 앞에는 그분의 마음에 평생 담아두었던 말이 한국말로 써 있습니다.
‘선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라.’
“지금도 우리 집, 우리 병원 다 생각나요.
바다는 얼마나 푸르고 아름다운지....
하지만 괜찮아요.
마음은 소록도에 두고 왔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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