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2010.01.31 22:02

이정민 조회 수:1452 추천:65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에서 발췌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  이영의 옮김 :민음사)

서울에 폭설이 내렸다. 103년 만의 폭설이라고 한다.
이럴 때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를 읽으니 더 한파가 피부에 와 닿았다. 수용소 안에 죄수들은 “에이, 눈보라 한 번 불지 않는군!” “겨울 내내 한 번도 눈보라가 치질 않으니, 원. 이게 무슨 겨울이야, 그래!”
“그래.... 눈보라라.... 눈보라라... 한 번쯤 불어와도 좋을 거 아냐!”
죄수들이 왜 그렇게 간절히 눈보라를 기다릴까?
눈보라가 치면 작업이 중단 될 뿐만 아니라, 막사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다. 눈보라가 치면 아주 가느다란 싸라기눈이 내리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그것을 긁어모아 다지면 큰 눈덩어리가 된다. 이것을 발판으로 해서 철조망을 뛰어넘어 도망친 것이다. 그러나 물론 멀리까지 도망치진 못했다.
눈보라로 인해 작업이 중단되는 날에는 사흘이 되었건 일주일이 되었건 이날을 휴일로 계산해서, 일요일에도 작업장으로 내몰기 일쑤다.
그래도 죄수들은 여전히 이 눈보라를 고대하고 있다.
혹한이 온몸을 움츠리게 한다. 살을 에는 차가운 공기가 슈호프를 엄습해서 기침이 나올 지경이었다. 기온은 영하 27도 였고, 슈호프는 열이 37.2도였다. 슈호프는 빵을 반쪽으로 자른다. 점심때 먹을 요량으로 빵 한 조각은 윗도리의 안주머니에 넣는다. (이 주머니는 그가 직접 헝겊을 대고 꿰매 만든 것이다. 죄수용 옷은 아예 처음 나올 때부터 호주머니가 달려 있지 않았다).
아침 식사분에서 절약을 한 빵 한 조각을 어떻게 할까 하고 그는 생각한다.
이반 데니소비치는 빵을 두 손에 든 채로 장화를 벗기 시작한다. 그 속에 발싸개와 숟가락을 그대로 남겨둔 채, 발만 쏙 빼고는 맨발로 상단 침대를 올라간다. 그러고는 매트에 뚫린 구멍을 헤집고 톱밥사이에다 빵을 얼른 집어넣는다. 그러고는 모자 속에서 바늘과 실을 꺼내 든다. 한 땀, 한 땀, 한 땀, ..... 이렇게 빵을 쑤셔 넣은 매트의 구멍이 점점 작아진다.
반원들이 그 뒤를 따라 눈을 밟으며 걸어간다. 사각사각, 뽀드득뽀드득.
돼지비계 절임 1kg은  갖다 바친 게 분명하다. 제104반은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웃 반원들과 함께 건설 작업 현장에 배치된 걸 봐서 말이다.
<사회주의 생활단지> 건설장으로는 어느 어수룩한 반을 쫓아 보냈겠지.
오, 오늘  같은 날, 그런 곳으로 끌려간다는 것은 얼마나 가혹한 일인가!
바람까지 부는 영하 27도 날씨에, 불을 피울 곳은커녕, 바람막이도 없는 곳으로 말이다!  2010.1.31.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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