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익장

2009.06.29 23:53

이정민 조회 수:1333 추천:45

노익장(老益壯)

한 달이 참 빠르게 느껴지는 걸 보니 복지회관 컴퓨터 수업이 재미있고 보람이 컸던 것 같다. 오늘(6월 29일)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기다리는 동안 의자에 앉아서 옆에 분과 이야기 하는 것을 듣다가 깜짝(?)놀랐다. 옆에 한 분이 안경도 쓰지 않은 채 열심히 서류에 글을 쓰고 있으니까 ‘안경도 없이 잘 보입니까?’ 인사를 건네자 ‘예!’ 대답하고 계속 쓰시기에 보았더니 일자리 창출에 참예한 보고서인 것 같았다.
두 분 다 열심히 살아온 삶의 흔적이 역력했다. 서류 정리를 다하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서예를 해보라고 권하는 것을 듣고 또 한 번 놀랐다.  
‘이 나이에 무슨 서예를 합니까?’
‘왜 못합니까?’ ‘나는 한 10년 서예를 했고 저기 걸어둔 족자 내가 쓴 글입니다.’
‘그래요 ~오?’  ‘예. 저것도 내가 쓴 글이고요.’
그 이야기 까지 듣다가 이번에는 내가 그 분의 얼굴을 감격해 바라보며 ‘정말 좋은 필체시고 잘 쓰셨습니다. 안경도 안 쓰고  어떻게 글을 쓰십니까? 연세는 어떻게 되셨습니까?’ 궁금하고 감탄스러워 여러 가지를 물었다.

시동생이 40년 전에 일찍 돌아가시자 조카 셋, 질녀 하나, 내 아들 셋, 딸 둘, 모두 아홉을 내가 낳았다고 생각하고 키우면서 참 고생 많았지요. 거기에 시어머님 모시고 정미소에 농사에 일이 좀 많습니까? 그 가운데 모두 대학 까지 마치고 시어머님은 94세에 돌아가셨지요.  ‘동서되는 분은 계시고요?’ ‘예. 동서와 나와 우리 아들들하고 같이 모두 거들어서 일을 했는데 사촌끼리 싸울 때도 있고 저희 끼리 싸울 때도 있었는데 싸울 때마다 조카자식은 못 나무라고 우리 막내아들만 때려주었지요.
우리 막내아들 나한테 많이 맞았습니다. 그러고는 마음이 아파서 산에 데리고 가서 막내아들을 품에 안고 울면서 ’네가 미워서 때린 것 아니다. 엄마 마음 알지? 그러면 고개를 끄덕이며 같이 울다가 내려왔지요.’
그러셨군요. 대단하십니다. 장한 어머니 상 받으셨겠습니다.  예.  우리 영감도 30년 전에 돌아가시고 시어머님과 동서와 아들들, 딸들 모두 대가족을 거느리고 평생 일하며 살아서 허리뼈  4번, 5번이 없어졌답니다. 약 먹고 침 맞고 병원 다니면서도 올라 왔습니다.
한자교실에서  한자도 배우고 서예도 하면서 세월을 보냅니다.  이야기는 끝이 없는데 공부 시간이 되어서 더 듣지 못하고 아쉽게 헤어졌다.

복지회관 서예교실에 가든지, 한자교실에 가면 만날 수 있겠지만 또 다음 계획을 세워야 할 일이고, 오늘 그 노익장을 만난 후 나는 애늙은이 같은 느낌을 받았다. 80이 넘은 분이 몸은 아파도 정신력은 아직도 이팔청춘이고, 매일 한 자, 한 자, 써내려가는 글귀 속에서 지혜도 배우고, 예술의 경지에 도달하는 성취감을 맛본 자의 행복한 노익장의 모습을 보고 나도 행복한 도전에 잠겼다.
2009. 6. 29.  이 정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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