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밥

2009.06.24 11:04

이정민 조회 수:1504 추천:61

감자밥

해마다 6.25가 다가오면 감자밥 생각을 하게 된다.
초등학교 2학년 때 6.25사변이 일어났다.
김천까지 인민군이 내려와서 시간을 다투는 급박한 상태에 우리 가족들은 본가에서 십 여리 떨어진 남상면 대산리에 있는 외갓집으로 피난을 갔다.
김천서 거창까지는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거리이지만 갑자기 난리가 났으니 믿기지 않았다.
군청에 근무하시는 친정아버지께서 어머니께 어서 아이들 데리고 피난 가라고 하시면서 아버지는 일 보고 부산으로 가실 계획이라고 하셨다.
인민군이 내려오면 군경가족들과, 공무원 가족들이 일차로 끌려가서 고생을 당한다며 어서 가라고 독촉하셨다.

외갓집에 간 이튿날 인민군이 외갓집 동네 까지 들어와서 우리 가족들은 방공호에 숨어 지냈다. 며칠을 굶었다. 동네 아주머니 편에 꽁보리밥 뭉치를 조금 보내와서 언니와 어머니는 굶고 나와 동생만 먹었다.

방공호 속에서 지내다가 인민군의 철수로 외갓집에 왔다.
맛있는 감자밥을 외숙모님이 지어주셨다.
보리쌀을 곱삶아서 지은 감자밥은 방공호 속에서 먹던 보리밥에 비하면 얼마나 부드럽고 맛이 있었는지 모른다.
이산가족들의 애환은 지금까지 눈물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핵을 보유한 북한 당국에서는 6자회담에도 나오지 않고 시간을 끌고 있으니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

요즘 시장에는 감자가 풍성하게 나와서 값이 싸다.
2000원어치를 샀는데 한 봉지 들고 오니 제법 무거웠다.
감자, 당근, 양파를 썰어 넣고 오랜만에 카레라이스를 만들었다.
제철 음식이 보약이라며 땀을 흘리면서 감자밥을  맛있게 비벼 잡수시던 외숙모님의 사랑을 그리며 풍성한 식탁을 마련해주신 하나님께 찬양을 드립니다.
할렐루야!!    2009.6.24.  진해진광교회 집사. 이장민
신청찬양 : 찬송가400장. 주의 진리 위해 십자가 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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