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할머니에게 듣는 인생 이야기

2009.05.27 15:31

윤봉원 조회 수:1363 추천:55

70세 할머니에게 듣는 인생 이야기  
30년 동안 사형수에게 사랑 보여준 양순자 씨 '삶의 철학'

올해 70세 양순자 할머니는 인생을 수학 숙제에 비유했다. 잘 풀리면 쉽고 행복하지만 안 풀리면 어렵고 힘들다. 그러나 꼭 해야 하는 숙제 말이다.

30년째 교화위원을 하면서 사형수를 상담하고 있는 양순자 씨. 현재 양순자심리상담소를 운영하는 그에게 "소장님 안녕하세요"라고 첫 인사를 건네자 그는 "그냥 할머니라고 불러"라며, 시원한 성격과 거침없는 말투로 인터뷰 내내 질문에 솔직하게 답했다.

70세라는 나이가 어울리지 않을 만큼 할머니는 너무나도 정정했다. "관리 하시나요?"라는 질문에 할머니는 기자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며 또랑또랑한 말투로 "난 보톡스 같은 거 안 맞는데?"라고 되물었다.

<인생9단>저자이지만 할머니 얼굴에서는 인생9단을 느낄만한 세월의 흔적이나 역경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너무나 밝고 청명했다. 아니 건강하다 못해 활력이 넘쳐보였다. 말 한마디에는 재치가 넘쳐 역시 인기 만점의 심리 상담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할머니는 "보톡스 없이 젊고 건강하게 사는 비결 알려줄까? 자신을 비우면 된다"며 노래 한 구절을 불렀다.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이 없네…. 이 노래 가사 뜻을 알겠어?"

할머니는 "내 마음에 드는 것만 내 옷자락 안에서 쉬게 하지 말고, 미운 며느리 미운 사위도 내게 오면 쉬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자락을 펴야 한다"며 이것이 나를 비우는 것이라고 했다.

할머니의 이런 철학은 사형수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된다. 30년 전 할머니는 사형수를 만나면서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할머니가 10살 때 6·25 전쟁이 일어났고 그때 할머니는 20대 초반의 오빠를 잃었다. 그 후 친정어머니를 지켜야 한다는 결심으로 27살에 결혼을 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할머니는 남편의 신앙 하나만 보고 결혼했지만 결혼 생활은 쉽지 않았다. 두 딸을 낳아 키우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지만 할머니에게는 힘겹기만 했다. 결국 할머니는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를 생각했고 자살을 고민하게 됐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까라는 궁금증에 당시 다니는 교회를 통해 서울구치소 교화위원으로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할머니가 사형수들을 만나게 된 인연의 시작이다.

오직 죽음에 대해 진실하게 얘기하고 싶었던 할머니는 사형수와 대화하면서 생각을 고쳐먹었다. 사형수들에게는 할머니가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만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복음을 전하기보다는 사형수의 얘기를 들어주고 사형수에게 사랑을 주었다.

지금까지 할머니가 상담한 사형수들 중에는 돈을 노리고 부모를 살해한 박한상, 박철웅 등이 있다. 할머니는 올 초 사형수와의 만남을 담은 <인생이 묻는다 내가 답한다>(열음사)를 출간하기도 했다.

할머니는 "사형수 만나러 들어가서 '죽고 싶다'는 말은 사치다"라고 말했다. "사형수들의 삶을 보면 사형대를 향해 달려온 사람들 같아. 그만큼 불행했던 사람들이야…."

할머니는 사형수가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보는 사람은 자신이라며 나를 보면서 그들은 생을 정리한다고 했다. 영화 <데드맨 워킹>을 보면 헬렌 수녀가 사형수를 상담한다. 영화에서 헬렌 수녀는 "사형수와 마지막으로 만나는 내가 그들에게 사랑이길 바란다"고 말한다. 할머니는 영화 속 헬렌 수녀이고 싶다고 했다.

"사형수들이 마지막으로 보는 나를 통해 반성도 하고, 또 나를 바라보면서 모든 것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해. 그럼 그 영혼이 편안히 갈 것 같아."

사형수와의 만남 횟수는 할머니의 인생을 바꾸고 삶의 철학을 만들었다. 할머니는 "내가 이기려고 하지 않는 것. 그게 내 안에 나를 비우는 거야. 내 나이는 어른이야. 뭐든 책임을 져야 해. 그래서 내가 상담소를 낼 때도 70년 동안 부르고 다닌 '양순자'라는 내 이름 석 자를 걸었지."

할머니는 지금도 사형수를 만날 때 마다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불행한 사람 앞에서  반듯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사형수가 나를 바라보면서 모든 것을 정리할 수 있으면 해. 아무리 불행해도 그들이 마지막에 만나는 사람은 가족도 연인도 아닌 나잖아. 내가 그들에게 사랑이 되어야지."



출처: http://www.newsnjo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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