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교 그날 위해 산골서 주경야독”

2007.02.22 19:47

윤봉원 조회 수:2785 추천:268

<동아일보/20070222/목/문화18면>





“북한 선교 그날 위해 산골서 주경야독”



강원 태백시 매봉산 자락에서 북한 개방화 이후의 선교 인력 육성에 주력하고 있는 벤 토레이 신부. 윤영찬 기자  

■ 강원 ‘삼수령목장’서 북한선교사 양성 벤 토레이 신부



삼수령(三水嶺). 강원 정선군에서 태백시내로 넘어가는 해발 920m의 험준한 고개. 대관령(832m)보다 높다. 서해로 흐르는 한강, 남해로 흐르는 낙동강, 동해에 합수되는 오십천의 발원지로 빗물이 분수(分水)돼 ‘삼수(三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삼수령 정상에서 다시 가파른 샛길로 힘겹게 오르자 ‘삼수령 목장’이 나타나고 청바지에 잠바 차림의 벽안(碧眼)의 한 신부가 기자를 맞는다. 벤 토레이(대영복·57·사진) 신부.



그는 1965년 태백에 영성공동체인 ‘예수원’을 설립해 활동하다 2002년 세상을 뜬 성공회 대천덕 신부의 아들이다. 부자(父子)가 대를 이어 한국 땅에서 선교활동을 펴고 있는 셈이다.


벤 토레이 신부와 공동체 회원들이 사용하는 책장. 북한 관련 책으로 빽빽이 채워져 있다.  


토레이 신부는 ‘북한 선교’를 자신의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다. 매봉산 자락의 1000m 가파른 고지에 약간의 터를 골라 지은 조립식 사무실 책장에는 북한 관련 책이 빽빽이 들어차있다.



북한 선교를 준비하는 신부가 왜 행인 하나 만나기 어려운 산골에 터를 잡았을까.



“북한 개방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웃집 아저씨처럼 넉넉하기만 한 토레이 신부의 답변은 이 대목에서만큼은 분명하다. “한국 사람들은 북한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남한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서양 사람이 북한 사람과 대화가 잘될 것입니다.”



그는 ‘준비’를 위해 구체적으로 일을 벌이고 있다. 아버지가 청소년수련원 터로 산림청에 임대했던 15만 평의 구릉지에 공동체 마을을 건설하고 북한 선교의 뜻을 지닌 사람들을 모아 교육과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정신과 문화, 언어 차이 등을 이해하지 못하면 개방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그동안 김매기와 가축 돌보기 등 노동체험과 북한에 대한 강의 및 연구, 기도를 함께하는 ‘노동학교’를 거의 매년 개설해 왔다.



그런데 왜 하필 북한일까. “2002년 부친이 돌아가셔서 한국에 왔을 때 한 집사님이 저에게 ‘에덴동산에는 강이 4개가 흐르는데 삼수령에는 강이 3개만 발원된다’고 얘기하시더군요. 그래서 ‘4번째 강이 필요하군요. 북쪽으로 흐르는 생명의 강요’라고 말했어요. 북한에 대해 이전에는 생각해 본 적도 전혀 없었는데요….”



그래서 그가 이름 붙인 것이 ‘네 번째 강 계획’. 북한의 현실을 공부하고, 청소년들이 자연을 맘껏 체험하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키우고, 영성을 갖춘 선교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다.



토레이 신부가 하는 일은 아버지 대천덕 신부가 그랬듯 초교파적이다. 토레이 신부는 예수의 사도 중 한 사람인 도마가 인도를 중심으로 선교한 데서 유래한 동방교회 계열 소속이다. 할아버지는 1912년 중국으로 건너가 40여 년간 중국 선교에 투신한 장로교 선교사였고, 아버지는 성공회 신부였으며, 아들은 가톨릭 신자다.



다른 선교공동체에서 5년간 살다 이곳에 옮겨와 7년째 소를 돌보며 살고 있는 배엘론(36) 씨는 “저도 북한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여기 와 공부해 보니 모르는 것이 너무 많더군요”라고 말했다.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준비도 하기 전에 북한이 개방되면 안 되는데….” 토레이 신부가 껄껄껄 웃었다.



태백=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 윤봉원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2-2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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