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하 장로님을 추억하며
양인모 피택장로
주보에 칼럼을 쓸 차례가 되어 새해에 올라왔던 '함께 세워가는 교회', '새해를 맞는 감회', '사도적 교회' 에 이어 무슨 글을 쓸까 생각하던 중 윤종하 장로님의 소천 소식을 받았습니다. 소식을 받고 첫 번째 떠오른 것은 '부르심을 받으시는 날까지도 말씀 가르치는 사역을 하셨으니 참 복된 삶을 살으셨다' 는 생각이었습니다.
교우님들도 그러시리라 생각되지만,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윤 장로님을 만나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없었던들 여전히 제한된 범위 안에서 하나님을 알고 있을 것이었고 그래서 위태위태한 길을 걸어가고 있었을 것이며 그럼에도 천국에 갈 것이라는 당치도 않은 신념을 계속 주입시키고 있었을 것이었습니다. 윤 장로님의 가르침과 모범 속에서 많은 부분을 바꾸어 왔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또 다른 많은 부분을 보며 이제 장로님이 안 계신 여기에서 어떤 모범을 따라 살아갈지 아쉽기만 합니다.
장로님을 부르는 여러 사람들의 호칭은 각각 달랐습니다. 조사님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총무님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원장님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장로님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등 여러 호칭 속에서 그간 살아오시며 그때그때마다 수많은 형제자매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신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말씀이 올바로 전달되지 않음이 안타까우셔서 성경을 가르치기에 평생을 보내시는 동안 자신들의 유익에 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중상도 받으셨지만, 여러 제자들을 부르시고 자라게 하셨으니 참 감사한 일입니다. 이제 그는 가셨지만 남겨 놓은 책과 설교들을 통해 우리는 더욱 하나님을 잘 알아감으로 우리의 모습과 생각과 삶을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변화시키고 이러한 진리를 주변에, 이웃에 부단히 가르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윤 장로님의 설교가 힘이 있었고 우리가 공감할 수 있었던 바탕은 하나님의 뜻을 성경을 통해 바르게 알려 주시는 것이기도 했지만, 그가 매 일상의 작은 부분까지도 성경의 가르침에 맞추어 살아가시던 모범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본인이 먼저 행하심으로 모두가 따라 갈 수 있는 모범이 되셨고 지침이 되셨고 그래서 그것을 설교를 통해 하나님의 명령이라고 확증하심으로 우리가 놀라 변화되어 가는 것이었습니다. 각자의 모습을 돌아보며 집에서나 교회에서나 사회에서나 얼마나 모범이 되는지 생각해 보고 또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아마 우리 모두의 바람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성경묵상을 시작하며 윤 장로님에 대한 얘기만 듣다가, 1987 년이었던가, '로마서공부 1' 을 대하면서 받았던 감격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성경을 간명하게 가르치시는 분이 있었나, 그래서 이 분을 꼭 만나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 사경회를 통해 뵙게 되었고, 그 후 여러 경우에서 만나고 가르침을 받고 성경공부와 묵상 나눔을 같이 하였던 기억들이 속속 되살아납니다. 작년 10 월 억지로 시간을 내어 참가한 이스라엘 여행이 장로님과의 마지막 여행이 되었음에 감사하며, 지난 사도행전 8 장 설교를 준비하며 애매한 본문을 두고 10 종류가 넘는 주석을 찾아보고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때 잠시 서울 들리셨던 장로님께 여쭈어 보고 확신을 얻어 전달했던 것이 또한 마지막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 교회에서 설교되고 있는 본문이 사도행전이고 묵상하고 있는 내용도 마가복음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내용이 대부분인데, 주제를 그렇게 잡아서가 아니고 지금 이 시대에 우리 교회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명령이 바로 이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리스도께서 이방이나 마찬가지인 사마리아를 지나시기도 했고, 주로 갈릴리에서 사역하셨고, 두로와 시돈과 데가볼리 등에서 복음을 전하셨는데, 아마 그럴 필요가 있으셨거나 그때 그래야 했다면 에베소와 고린도와 로마도 가셨겠지요. 이 명령을 실천하시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이역을 다니셨던 장로님의 모습이 눈에 다시 선해지며, 이 마지막 모범을 따르려는 마음이 우리 모두를 가득 메우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채우시는 모습을 보이신 장로님을 추억하며 이제 우리도 그 남은 고난을 채우는 삶을 살아갑시다.
밝은 목소리로 장로님의 천국 입국을 기쁘게 전하시는 사모님과 그 자녀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함께 그 기쁨에 동참하는 우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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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윤종하 장로님이 시무하셨던 광야교회 장로님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