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구름

2005.11.01 16:35

이정민 조회 수:2238 추천:282

제목 :흰구름

오, 보아라/잊혀진 아름다운 노래의/조용한 멜로디처럼 /
푸른 하늘가를 계속 떠도는 흰구름을 /
긴 여행 속에 /방랑의  슬픔과 기쁨을 /
알지 못하는 사람은 흰구름을 이해할 수 없으리 /
나는 태양이나 바다나 바람을 사랑하듯 /
정처없이 떠도는 흰구름을 사랑한다 /
고향이 없는 자에게 그것은 /누이이며 천사이기에 .

헤르만 헤세의 시 <흰구름>을 읽고 이해인 수녀님이 11월호 샘터에 쓴 글을 일부 올립니다

내가 아주 사소한 일로 안으로 움츠러들며 옹졸해지려 할 땐 뭉게구름이 환히 웃으며 말해 줍니다 .“모든이의 누이며 천사가 되고 싶다면 좀 더 푸근해질 줄 알아야죠 :
글을 써야할 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 답답하고 초조할 적엔 새털구름이 살짝 일러 줍니다
“눈 감고 새의 깃털을 상상하면 가볍고 경쾌하게 길이 열릴 거예요 ”
바다를 보고 싶을 적엔 조개구름이 손짓을 하며 ,“하늘에도 바다가 있는 것 보이시나요?
조가비를 좋아하는 님을 위해 제가 이렇게 요술을 부리고 있잖아요 “합니다

매일 새롭게 시작하고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 역시 흰구름이 되어 다가가고 싶답니다
성격이 불같고 모난 사람에겐 뭉게구름의 포근함을 ,굼뜨고 둔한 사람에겐 새털구름의 예리함을 ,스스로 외톨이가 되려는 사람에겐 양떼구름의 공동체성을 강조하며 요술을 피우는 즐거움으로 최선을 다하다보면 관계가 금방 아름답게 변화되는 것을 체험하곤 합니다
가을이 되니 부쩍 외롭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많네요 .살기 힘들다고 우는 이들도 많고 이런저런 일들로 기도를 부탁해 오는 이들이 많아요 .
누군가 까닭 없이 미워지고 용서가 어려울 때, 영원히 살 것처럼 끝도 없는 욕심이 뭉게뭉게 피어오를 때 우리는 하늘의 흰구름을 바라보며 우리를 가볍게 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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